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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삼전닉스’ 파격 성과급의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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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4-24 04:00:11   폰트크기 변경      

반도체 슈퍼싸이클이 만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질주보다 더 뜨거운 게 있다. 두 기업의 파격적인 성과급 잔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다. SK하이닉스 직원 1인당 13억 원 이상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기름을 부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맥쿼리 증권은 내년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을 447조 원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노사협상을 통해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으로 활용키로 하는 한편 ‘기본급 1000%’였던 지급 상한선까지 폐지했다. 내년에 447조 원의 영업이익을 내면 PS 재원은 44조 7000억 원에 달하고, 작년 말 기준 임직원 3만 4500명으로 나누면 1인당 12억 90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맥쿼리의 분석이다. “집도 사겠네”라는 부러움이 섞인 후렴구가 뒤따른다.

삼성전자는 하이닉스와 다소 결이 다른 성과급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자”며 수용하지 않으면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역대급 실적이 발표되자 요구 조건을 더 높이면서 배수진을 쳤다. 노조는 어제 평택캠퍼스에서 대규모 집회를 감행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300조 원으로 노조 요구대로 하면 1인당 성과급은 6억 원 정도 될 것으로 추산된다. 노사협상에서 확정되겠지만 성과급이 파격적으로 오를 일만 남아 있다.

높은 성과 보상은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의 고육지책이다. TSMC·엔비디아·구글 등 글로벌기업의 연봉 및 성과급과 ‘키 맞추기’에 돌입했다는 의미가 있다. 미래 인재들의 대학 학과 선택에도 벌써부터 영향을 주고 있다. 의학 계열 선호 현상을 뜻하는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에 반도체를 더한 ‘의치한약수반도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대치·목동 등 서울 주요 학원가에는 의대 입시반에 이어 반도체과 진학반이 잇따라 신설되고 있다. 삼성전자에 입사하는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의 올 수시경쟁률은 31대 1, 하이닉스와 계약을 맺은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36대 1을 기록했다. 의대 쏠림 현상을 푸는 열쇠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쳐 부르는 ‘삼전닉스’의 높은 성과급에 숨겨져 있었던 셈이다. 공대 나와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취업하면 1년 치 성과급으로 수억 원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고연봉이 보장되고 정년 걱정이 없는 의대 진학에 ‘올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학습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그러나 ‘삼전닉스’의 ‘고성과급 시대’가 엉뚱한 후폭풍을 불러일으키지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밝힌 한 이용자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하이닉스 성과급은 왜 하이닉스만 받냐'는 제하의 글을 올리면서다. “과거 SK하이닉스가 경영 위기일 때 산업은행을 통해 국민 세금(국세)이 투입되어 부활했으므로 그 결실인 성과급 또한 전 국민이 나눠 갖는 게 타당하다.” ‘국민 분배’ 주장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부잣집 잔치에 숟가락을 얹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두 회사는 법인세 납부를 통해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고 있다. 국가가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백방으로 지원한 게 사실이지만, 임직원들이 ‘고난의 행군’을 견뎌내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을 창출해 낸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삼성전자는 2년 전만 해도 “비대한 초식공룡”(전영현 부회장)이라고 스스로 비판했다. 절치부심을 통해 제자리를 찾았는데, 단기성과에 혈안인 노조의 무한 질주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걱정하게 만든다. 반도체가 인공지능(AI)를 만나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시황이 바뀌는 ‘사이클링 비즈니스’가 아니란 점을 확인했기에 지금의 축포에 만족할 상황이 아니어서다. 고성과는 미래 투자를 위해, 주주를 위해서도 남겨둬야 한다. 성과 보상 체계와 관련해선, 선진국 기업이 시행하고 있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임직원에게 나눠줘 성과와 보상을 함께 추구하는 게 좋을 듯하다. ‘현금 잔치’라는 외부 시선도 불식시킬 수 있다. 세계 최강 반도체산업은 이공계를 육성해 국가백년대계를 이끌어야 한다는 ‘스트롱 코리아’ 정책의 도약대가 되고 있다. 삼전닉스의 고속 질주가 대한민국 경제에 일으킨 ‘나비효과’다.

남궁 덕 성균관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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