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근우 기자]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나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K-조선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이란이 미국과의 휴전협상 불참을 공식 통보하고, 이란 혁명수비대의 벌떼보트 전술과 기뢰 살포 위협에 나서면서 미 해군이 무인수상정(USV) 전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최근 중동사태로 우리 방위산업 업체가 ‘K9 자주포’와 ‘천궁Ⅱ’ 등 지상ㆍ방공 체계에서 성능을 입증한데 이어 이번에는 조선사까지 해양방산에서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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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에서 세번째부터) 마이크 리켈스 레이도스 깁스 앤 콕스 부사장과 어성철 한화오션 사장 등 관계자들이 지난 21일 ‘SAS 2026’에서 ‘미국 및 동맹국 해군 함정 건조 역량 강화를 위한 MOU’를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한화 제공 |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 HD현대, LIG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D&A)가 지난 19~22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2026 해양항공우주 전시회(SAS)’에 참가해 각종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현지로부터 추가 러브콜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계열사와 함께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이번 전시회에서 단독 부스를 마련하고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한화오션은 해양방산기업 레이도스 깁스 앤 콕스와 ‘미국 및 동맹국 해군 함정 건조 역량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미 해군 사양에 최적화된 한화오션형 함정 설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함정 공동 개발 △미국 현지 및 국내 생산 기지를 활용한 공급망 구축 △효율적인 생산과 장기적인 유지보수에 최적화된 함정 설계 추진 등에 합의했다.
한화디펜스USA는 무인체계 전문업체 마그넷 디펜스와 손잡고 38m급 중형 USV ‘H38’을 공동 생산하기로 했다. 참고로 H38은 연안 초계ㆍ대기뢰전ㆍ수상 전투지원 등 다목적 임무 수행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마그넷 대표모델인 M48에 한화의 기술력이 더해진다.
앞서 한화디펜스와 한화 필리조선소는 지난달 말 미 해군 프로젝트를 처음 수주한 바 있다. 선박 설계기업 바드 마린 US의 하청업체로 미 해군 차세대 군수 지원함 프로그램에 참여해 콘셉트 디자인까지 도맡기로 했다. 특별 연구에 대한 옵션도 계약사항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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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중공업이 지난달 31일 울산 본사에서 25개국 주한 외국무관 30명에게 첨단 함정 건조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HD현대 제공 |
HD현대중공업과 LIG D&A는 공동부스를 꾸려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HD현대중공업은 최첨단 이지스 구축함을 비롯해 호위함, 미래형 전투함, 군수지원함, 잠수함 등 독자 개발한 첨단 함정 모형을 배치했으며, LIG D&A는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을 전면에 내세우고 130mm 함대함 유도 로켓 ‘비룡’, 함정 최종 방어체계(CIWS-Ⅱ), 자폭용 무인수상정 등을 소개했다.
HD현대 역시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방 인공지능(AI) 기업 안두릴 인더스트리와 연말 자율운항 수상정 시험 운항을 목표로 시제품을 건조중이다. 데이터 분석ㆍAI 플랫폼 기업 팔란티어와는 단순 선체 제공을 넘어 AI 기반 임무 운용 시스템까지 패키지로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편 미국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의 조사 결과, 글로벌 USV 시장은 2022년 9억2000만달러에서 연평균 11.5% 증가해 2032년 27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SAS 전시회가 단순한 수출 기회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미 현대전(戰)에서 AIㆍ무인체계 전환 흐름이 있던데다 호르무즈발(發) 위기까지 더해지며 무인함대 수요에 불을 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건조 생산성과 함께 AI 기반 정밀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당장에 미국의 조선 생산 능력 공백을 메울 수 있어 양국간 해양방산 무인체계 협업은 계속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수십년간 상업 조선을 포기한 상태라 군함 건조 생산성이 한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러한 구조적 한계 때문에 미 해군력 재건을 위해 K-조선ㆍ방산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이근우 기자 gw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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