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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 막힌 檢… 멈춰버린 ‘뇌물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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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4-22 14:43:54   폰트크기 변경      
검찰-공수처 결국 수사권 충돌

고위공무원 15억 뇌물수수 의혹
공수처 “법적 근거없다” 거부
공소시효 임박 일부혐의만 기소
16건 의혹 결국 재판에 못넘겨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간의 수사권 충돌로 고위 공무원의 뇌물 수수 의혹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채 일부 혐의만 기소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처음 수사를 맡았던 공수처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거부했고,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보완수사 권한이 없어 의혹을 더 파헤치지 못한 결과다.


사진: 대한경제 DB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정재신)는 감사원 고위 간부 김모씨를 뇌물수수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자신이 담당하는 피감기관으로부터 공사를 수주한 민간 건설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이 차명으로 운영하던 전기공사업체에 공사를 맡기게 하는 방식으로 19차례에 걸쳐 모두 15억8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하고, 법인자금 13억여원을 횡령한 의혹을 받아왔다.

검찰은 김씨의 혐의 중 상대적으로 증거관계 등이 명확한 2018~2021년 2억9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만 재판에 넘겼다. 감사 관련 편의를 제공해주거나, 국책사업 입찰 심사위원인 공무원을 소개해주는 대가로 3차례에 걸쳐 ‘뒷돈’을 받은 혐의다. 김씨에게 뇌물을 준 민간 건설사 임직원 3명도 함께 기소됐다.

하지만 나머지 16건, 12억9000만원 규모의 뇌물수수 의혹은 재판에 넘기지 못했다. “공여자 진술이나 객관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가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제도적 미비’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사건은 2021년 감사원의 수사 요청으로 시작됐다. 공수처는 약 2년간 수사 끝에 2023년 11월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김씨의 개입으로 공사계약이 체결됐다고 인정할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했다.

이후 공수처는 별다른 보완수사 없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현행법상 공수처는 판ㆍ검사와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갖고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사건을 검토한 검찰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공수처로 넘겼지만, 공수처가 “검찰의 사건 이송은 법률적 근거도 없는 조치”라며 거부하면서 사건은 검찰로 다시 넘어왔다.

이에 검찰은 압수수색ㆍ통신 영장 청구 등 직접 보완수사에 나섰지만, 법원은 검찰에 공수처 사건의 추가 수사권을 부여하는 법령상 근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마저 기각했다. 보완수사 요구도, 직접 수사도 할 수 없게 된 검찰은 일부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 만료가 다가오자 시효가 가까운 혐의부터 우선 기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결국 대부분의 혐의는 재판에 넘기지 못했다.

검찰청 폐지를 앞둔 상황에서 검찰은 “보완수사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구조적 공백이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했다.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가 추가 수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범죄 입증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안동건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보완수사 요구가 실효적으로 이행되지 않고,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며 “향후 제도 설계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향후 공수처로부터 추가 자료가 넘어오면 불기소 부분을 다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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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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