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니코틴 과세·온라인 판매 금지로 가격 급등 불가피
이탈 수요 잡으려는 대형 담배사 물밑 경쟁 가열
[대한경제=김호윤 기자] 오는 24일부터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서 액상형 전자담배(이하 액상담배) 시장이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합성니코틴 제품이 제도권에 편입돼 세금과 규제를 한꺼번에 떠안게 된 것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빠르게 외연을 넓혀온 액상담배 시장의 지형이 바뀌면서, 기존 궐련(일반담배)·궐련형 전자담배 업체들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담배의 정의를 ‘연초 잎 기반’에서 ‘니코틴 함유 제품’으로 넓힌 데 있다. 그동안 합성니코틴을 원료로 한 액상담배는 담배사업법상 '담배'가 아닌 탓에 세금 없이 유통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동일한 니코틴 함량의 궐련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유지하며 흡연자층을 빠르게 흡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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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가 진열된 자동판매기 / 사진: 연합뉴스 제공 |
그러나 이제는 달라진다. 앞으로 액상형 전자담배에는 1mL당 1799원의 제세부담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즉, 현재 시중에서 1만~2만 원대에 판매되는 30mL 액상 한 병을 기준으로 약 5만 4000원의 세금이 추가되는 셈이다.
정부는 영세 사업자의 부담을 고려해 2년간 한시적으로 세금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지만 과세 자체가 시작되는 만큼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재 1만~2만 원대인 제품 가격은 단기간 내 4만 원대로 상승하고, 2년 후 전면 과세 시에는 7만 원대까지 오를 가능성이 거론된다.
유통 경로도 전면 재편된다. 온라인 판매와 택배 배송이 전면 금지되면서, 전문 숍이나 편의점 같은 오프라인 채널만이 합법적인 판매 창구로 남는다. 아울러 경고문구 부착과 금연구역 내 사용 금지도 일반 담배와 동일하게 적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합성니코틴 시장은 그동안 통계 집계조차 어려운 음지에 있었는데, 이번 편입으로 시장 규모가 처음으로 공식 수면 위에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가격 경쟁력 훼손으로 인한 소비자 이탈은 상당 부분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
액상담배 시장이 흔들리면서 전통 담배사업자들은 수혜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지금까지 액상담배는 궐련 및 궐련형 전자담배의 대체재 역할을 해왔다. 가격 부담이 낮고 사용이 간편하다는 이점이 젊은 흡연자층을 중심으로 기존 담배 시장 일부를 잠식해 왔기 때문이다.
규제 시행을 앞두고 이미 물밑 경쟁이 시작됐다. JTI코리아는 지난달 가열식 전자담배 신제품 ‘플룸 아우라’를 출시해 시장 대응에 나섰고, BAT로스만스는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 하이퍼 프로'를 다음 달 31일까지 1만9000원의 특가에 판매하는 행사를 편의점에서 진행 중이다.
이들 외국계 사업자가 발 빠르게 움직이는 배경에는 시장 점유율 구조가 자리한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KT&G ‘릴’과 한국필립모리스 ‘아이코스’가 합산 약 90% 정도 차지하고 있어 후발 주자인 JTI와 BAT로서는 이번 규제로 생기는 수요 공백이 입지를 넓힐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다.
이탈한 액상담배 소비자들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관건은 세금 부과 이후 액상담배의 실제 소비자가격이 얼마나 오르느냐, 그리고 대체재인 궐련·궐련형 전자담배와의 가격 격차가 어느 수준에서 형성되느냐에 달려 있다.
가격 격차가 크게 좁혀지면 일부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기존 담배 제품으로 회귀할 수 있다. 그러나 전환 비용(디바이스 구입, 사용 습관 변화)이 수반되는 만큼 이탈 소비자 전원이 대형 담배사의 품으로 흘러들어오리라는 보장도 없다.
또 다른 변수도 있다. 바로 이번 규제에서 제외된 ‘유사 니코틴’과 ‘무니코틴’ 제품이다. 이들 제품은 니코틴과 화학 구조가 유사하지만 법적으로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이번 개정 대상에서 빠졌다.
합성니코틴 제품 가격이 급등할 경우,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 일부가 규제 밖에 있는 유사 니코틴 제품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가 ‘니코틴 함유 제품 전반’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 했지만, 화학적 변형을 통한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담배사업법 개정이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지, 아니면 비(非)규제 시장의 또 다른 팽창을 촉발할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케 하는 대목”이라면서 “규제의 실효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향후 정부의 추가 입법 대응 여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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