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르포] 8차선 도로 메운 4만개의 검은 조끼… 평택 흔든 삼전노조 “성과급 상한 폐지”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6-04-23 15:40:39   폰트크기 변경      
SK하이닉스 사상 최고 실적 축배든 날 삼성 노조는 파업선언

평택캠퍼스에 4만명 집결…“성과에 따라 정당하게 보상하라”

사측과 합의 못하면 내달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 돌입

공장 멈추면 하루에 1조원씩 총 18조원 손실 발생 관측


[대한경제=이근우 기자]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 23일 오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무복합동과 사무3동 사이 왕복 8차선 도로는 흡사 거대한 야외 물류 창고를 방불케 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도로 한복판에 산더미처럼 쌓인 생수 팔레트, 수십명의 노조 스태프들이 물품 배정과 현장 정리에 여념이 없었다. 차량 통제, 물품 운반, 무대 설치 확인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화성, 기흥 등 인근 사업장에서 출발한 버스들이 수시로 사업장 안으로 진입하며 조합원 대열을 불렸다. 노조원들은 다소 긴장되고 진지한 표정으로 조끼, 모자, 손피켓, 우비, 에너지바, 생수 등 물품을 받아갔다.

삼성전자 노조원 3만9000여명이 23일 오전 평택캠퍼스 사무복합동과 사무3동 사이 왕복 8차선 도로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 안윤수 기자


오후 2시가 돼서야 결의대회의 막이 올랐다. 삼성그룹 초기업 노조 삼성전자 지부(초기업 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전자 동행노조 등 검은 조끼를 입은 노조원 3만9000여명이 도로 위에 빽빽이 들어찼다. 당초 최대 전망치였던 3만7000명을 웃도는 규모다.

이번 결의대회는 단순한 항의를 넘어, 다음달로 예정된 본격 파업의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붐업’ 성격이 짙다. 뜨거운 태양 아래 노조원들은 ‘성과급 투명화’와 ‘상한폐지 제도화’를 요구했다.

최승호 초기업 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이 크레인에 올라 투쟁사를 하고 있다. /사진: 이근우 기자


최승호 초기업 노조 위원장은 크레인에 올라 “위기 속 삼성은 버티게 한 것은 경영진이 아니다. 이 자리에 있는 조합원들이다”라며 “성과에 따른 정당한 보상으로 삼성의 인재 제일 원칙을 되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의 투쟁사를 시작으로 조합원들은 “투장하자! 쟁취하자! 실현하자! 바로잡자!”는 구호를 연신 외쳤다. 무대 위에 오른 노조 간부들도 “정당한 보상없이 헌신없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조합원들은 일제히 함성으로 화답했다.

삼성전자 노조원 3만9000여명이 23일 오전 평택캠퍼스 사무복합동과 사무3동 사이 왕복 8차선 도로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 안윤수 기자


현장에서는 연대 발언을 비롯해 활동 영상 시청, 대규모 카드섹션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들의 요구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것이다. 


노조는 사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다음달 21일부터 6월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 올해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예상치가 300조원임을 감안할 때 하루 1조원 안팎, 18일간 총 18조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대편에서는 이보다 앞선 오전 10시께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주주 측) 소속 일부 회원들이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과하다며 맞불 집회를 갖기도 했다. 주주 십여명은 삼성전자 주주 배당이 11조원에 불과한데 직원 성과급으로 40조원을 지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파업은 자살행위”라고 노조원들을 저격했다.

삼성전자 노조원 3만9000여명이 23일 오전 평택캠퍼스 사무복합동과 사무3동 사이 왕복 8차선 도로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 이근우 기자


공교롭게도 이날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1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승전고를 울렸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점하며 축제 분위기인 경쟁사와 달리, 삼성전자는 기술 격차 해소와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이라는 골든타임에 노사 갈등이라는 암초를 만난 셈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하이닉스는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데 우리는 투쟁가를 불러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질서 정연했던 오전의 준비 작업이 거대한 함성으로 변한 평택의 하루는 현재 삼성전자가 처한 위태로운 불확실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5월 파업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고 노사가 극적인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전 산업계의 시선이 평택으로 쏠리고 있다.

평택=이근우 기자 gw89@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산업부
이근우 기자
gw89@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