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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도시정비포럼 전문위원 칼럼] 설계자가 바라본 정비사업, 두 가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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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4-27 05:00:10   폰트크기 변경      
이정석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사장

이정석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사장

정비사업에는 수많은 주체가 얽혀 있다. 조합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고, 시공사의 원활한 공사 진행도 뒷받침해야 하며, 여기에 공공의 이익까지 두루 살펴야 하는 건축설계자의 자리는 늘 역동적이다. 한마디로 ‘다이나믹(dynamic)’이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두를 만족시키기도 쉽지 않은 그 자리에서 오랜 시간 현장을 지켜보며 느낀 두 가지 이슈를 짚어본다.

이슈 1. 신통기획,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신속통합기획은 야심 차게 출발한 제도다. 복잡하게 얽힌 정비사업의 초기 단계를 공공이 주도해 신속하게 정리하겠다는 취지는 분명 의미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현실은 그 이름이 무색할 만큼 신속하지도, 통합적이지도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난감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에 표정 관리가 어려울 뿐이다.

수차례의 자문과 협의, 수많은 건축적 논의를 거쳐 공들여 마련된 기획안이 정작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한 채 사장되는 일이 반복된다. 결국 전혀 다른 개념의 단지계획안이 현실적 대안으로 새롭게 등장하고, 기획 단계에서 쌓아온 건축적 논의의 결과물은 대부분 휘발되고 만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뤄진 수 차례 자문, 수 많은 건축적 내용들에 대한 협의, 수정 과정에서 얻어진 용적률, 건폐율, 세대수, 높이제한, 구역계 확정 등의 정량적 데이터 이외엔 대부분 휘발돼 버린 채 새로운 대안으로 도시계획위원회와 공람 거친 결과물이 건축되어 진다.

모범적인 선례가 되는 사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수의 현장이 이 같은 부조화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개선 방향은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기획 단계에서 건축적 접근을 비교적 가볍게 다루며 신속하게 기본 기준만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거나, 반대로 기획 단계의 건축적 논의에 충분한 무게를 실었다면 후속 사업 진행 시 그 틀이 최대한 유지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제어력을 갖추는 것이다. 그 어느 방향이든, 지금처럼 공들인 기획이 현장에서 힘을 잃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실효성 있는 행정과 실무의 조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이슈 2. 특별건축구역 내 변경 승인, 더 합리적인 절차를 기대하며
특별건축구역 사업은 처음 계획 협의에서 준공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변경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변경의 규모나 성격과 무관하게 동일한 심의 절차를 요구받는 현실에 있다.

면적이나 일부 계획안이 변경되는 경우는 논외로 하더라도 입면 형태의 일부 조정이나 단위세대 내부의 부분적 개선, 또는 외관 색채가 일부 변경되는 사안들에 대해서라면 굳이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더라도 확인 및 승인을 진행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경미한 변경과 실질적인 설계 변경을 같은 잣대로 다루는 것은 행정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사업의 속도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특별건축구역 사업장은 본래부터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수많은 조합원은 물론, 신탁사와 시공사, 그리고 관리 기관까지 각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현장이다. 이런 환경에서 불필요한 절차적 지연은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고 현장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조금 더 간소하고 유연하며 속도감 있는 제도로의 변화를 조심스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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