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양자, 입주 지연에 분양대금ㆍ위약금 청구 소송
“분양계약 체결 여부에 직접 영향… 별도 설명 필요”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관리형 토지신탁 방식의 분양계약에서 신탁사의 책임을 제한ㆍ면제하는 이른바 ‘책임한정특약’은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돼 반드시 수분양자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다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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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A씨가 코리아신탁을 상대로 낸 매매대금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3월 분양권 매매계약을 통해 서울 금천구의 지식산업센터 점포 분양권을 양수받았다. 코리아신탁은 시행사ㆍ시공사와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하고 분양계약을 맡았다.
문제는 당초 2022년 7월로 예정됐던 입주가 미뤄지면서 시작됐다. 분양계약에는 ‘입주예정일부터 3개월 내 입주하지 못하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계약 해제 시 분양대금의 10%를 위약금으로 지급한다’는 내용과 함께 ‘신탁사는 신탁재산ㆍ계약 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부담할 뿐 분양해약금 반환, 입주 지연 시 지체상금 책임 등은 시행사가 진다’는 책임한정특약이 포함돼 있었다.
A씨는 입주예정일 3개월 경과와 허위ㆍ과장 광고 등을 이유로 분양계약을 해제하고 이미 낸 분양대금과 위약금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는 분양계약상 약정 해제권이 소멸했는지, 책임한정특약의 효력이 인정되는지 등이 쟁점이 됐다.
신탁사 측은 A씨가 분양계약을 해제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기 전에 사용승인을 받아 A씨의 약정 해제권이 이미 소멸했을 뿐만 아니라, 책임한정특약에 따라 자신들의 책임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ㆍ2심은 모두 “분양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됐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신탁사가 사용승인을 받은 사실만으로는 적법한 이행 제공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A씨의 약정 해제권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책임한정특약에 따라 책임이 제한ㆍ면제된다’는 신탁사 측의 주장도 1ㆍ2심은 책임한정특약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순히 분양계약서 말미의 서명이나 상담자 확인서 기재만으로는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탁사 측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책임한정특약은 수탁자의 수분양자에 대한 채무의 이행책임을 신탁재산의 한도 내로 제한하거나 면제하는 것으로서 수분양자가 분양계약의 체결 여부 등을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약관법상 설명의무의 대상인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책임한정특약이 신탁업계에서 통용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거래 경험이 평생에 몇 번 되지 않고 관리형 토지신탁 등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고 있지도 않은 수분양자의 입장에서는 별도의 설명 없이도 특약의 존재 및 내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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