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보일러→전기’ 새 표준 급부상
정부, 탄소제로 위해 350만대 보급
삼성, 시장 복귀…플랫폼 구축 전쟁
[대한경제=박흥순 기자] 지난 수십년간 대한민국 주거 난방의 심장 역할을 해온 가스보일러 시대가 저물고, 히트펌프 시대가 예고됐다. 화석연료를 직접 불태워 열을 얻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전기를 활용해 외부의 열을 실내로 옮기는 히트펌프가 새로운 난방의 표준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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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 설비로 공식 인정하고, 오는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 보급이라는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히트펌프는 기존 보일러 방식보다 에너지 효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탄소 배출이 적다. 총 1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난방시장이 히트펌프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히트펌프 시장이 들썩이면서 대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실제 가전 맞수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은 열교환 기술력을 바탕으로 히트펌프 시장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 중반 보일러 사업을 완전히 접은지 30여 년 만에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앞세워 안방 난방시장에 화려하게 귀환했다. 기존 에어컨 등 냉방 기기에서 축적한 냉매 기술을 난방 영역으로 확장하며 미래 먹거리 선점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그동안 전체 보일러시장을 주름잡아온 기업들까지 사활을 걸고 방어전에 나서면서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전 대기업과 보일러 전문기업의 뚜렷했던 경계가 허물어지고, 단순한 난방 기구 교체를 넘어 집안 전체의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통제하는 거대한 플랫폼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다만 히트펌프가 안방에 온전히 정착하기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일반 가스보일러 대비 월등히 높은 초기 설치비용은 소비자들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실외기 설치 공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까다로운 설계 조건도 도심 내 아파트 보급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또 기존 가스 난방 설비 시장을 주도해온 기계설비건설업계의 반발과 이해관계 충돌을 조율해야 하는 것도 과제로 남아 있다.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히트펌프는 대한민국 난방 패러다임을 바꿀 거대한 전환점”이라면서도 “비용과 설치 제약 등 현실적인 벽을 넘지 못하면 정책 목표 달성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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