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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돼도 "책임 없다?"..공정위, 쿠팡 등 7개사 약관 전면 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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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4-27 15:36:19   폰트크기 변경      

7개사 전부 ‘중개책임 면제’ 조항 보유
해킹 피해 면책ㆍ정산 60일 보류 관행 손질
탈퇴 시 유상 충전금도 소멸...배상 상한 10만원
배달앱ㆍOTA 등 중개 플랫폼 전반 확대 예고


작년 11월 약 3400만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한 쿠팡 본사 전경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쿠팡에서 해킹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돼도 회사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지마켓 앱을 이용하다 어떤 손해를 입어도 플랫폼이 배상하는 상한액은 10만원이다. 탈퇴할 때 실제 돈을 내고 충전한 캐시도 한 푼 돌려받지 못하고 소멸된다. 연간 275조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오픈마켓 시장에서 수년간 이어져온 이용약관의 실상이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 네이버, 컬리, SSG닷컴, 지마켓, 11번가, 놀유니버스 등 7개 주요 오픈마켓 사업자의 이용약관을 심사해 4개 분야ㆍ11개 유형의 불공정 조항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심사 대상 7개 사업자 모두가 ‘플랫폼 중개 책임 면제’와 ‘귀책 경합 시 사업자 면책’ 조항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힌 것은 개인정보 보호 관련 면책 조항이다.

쿠팡은 제3자의 서버 해킹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해왔다. 그러나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가 고의ㆍ과실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면책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약관은 이 입증 책임을 이용자에게 사실상 떠넘긴 셈이다. 공정위는 귀책사유에 따른 책임을 사업자가 지도록 하거나 면책조항을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입점업체를 겨냥한 ‘부당 정산 보류’ 조항도 손봤다.

쿠팡은 신용카드 부당사용 여부 확인을 이유로 최대 60일간 판매대금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고 규정했고, 11번가는 소비자와 판매자 간 분쟁이 종결될 때까지 정산을 무기한 보류하면서 이자도 지급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공정위는 정산 보류 사유가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입점업체의 예측가능성을 현저히 저해한다고 판단, 구체적이고 불가피한 사유로 한정하도록 했다.

소비자 피해도 묵과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쿠팡은 회원 탈퇴 시 기프트카드 등 실제 비용을 내고 충전한 ‘쿠페이머니’까지 무상 적립금과 동일하게 소멸시켜왔다. 공정위는 이를 “대가를 지불하고 취득한 재산을 환불 절차 없이 소멸시키는 현저히 부당한 조항”으로 보고, 소멸 범위를 무상 지급분으로 한정하도록 시정했다. 지마켓이 분쟁 발생 시 플랫폼 배상 상한을 10만원으로 고정한 조항은 전면 삭제됐다.

이번 조치는 시장 구조 전반에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개인정보 면책 조항 삭제로 플랫폼의 보안 투자 의무가 실질화되고, 정산 보류 제한으로 중소 입점업체의 자금 부담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 반면 책임 비용이 수수료나 운영 정책 변화로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오픈마켓 입점업체 대표는 “정산 보류 기간이 길어지면 자금 조달에 직접 영향이 생겼던 게 사실”이라며 “구체적인 사유 제한이 실제 운영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심사가 오픈마켓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배달앱, 온라인 여행사(OTA), 숙박 플랫폼 등 중개 플랫폼 전반으로 약관 점검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가운데 7개 사업자는 시정안을 제출하고 빠른 시일 내 개정을 완료해 증빙을 제출할 방침이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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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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