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연체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2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서울 지역 주담대 연체율은 0.36%로 작년 5월(0.37%) 이후 9개월 만에 다시 최고치를 찍었다. 주담대는 담보가 확실하고 장기간에 걸쳐 원리금을 갚는 비교적 안전 대출이지만 0.3%대의 연체율은 경계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연체율 상승은 사상 최고 수준의 서울 집값과 지속되는 대출금리 고공 행진 등 구조적 요인이 크다. 대출 상환 여력을 회복하지 못한 차주들은 이중 삼중의 이자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올해 1분기 법원에 신규로 경매를 신청한 물건 수가 총 3만541건으로 13년 만에 최대를 기록한 것도 연체가 단순한 유동성 문제를 넘어 부실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계의 이자 부담 증가는 소비 위축과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문제는 정책 대응이 일률적이라는 데 있다. 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총량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그 여파가 상환능력을 갖춘 실수요자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대출 규제 정책이 내 집 마련이나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정상 차주의 자금 접근마저 제약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취약차주에 대해선 선별적인 만기 연장과 상환 구조 조정을 통해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변동금리 중심의 대출을 장기·고정금리로 유도하는 연착륙 장치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상환능력을 갖춘 실수요자에 대해선 총량 규제의 예외를 정교하게 설계해 자금 흐름을 정상화해야 한다. 금융당국과 KB금융그룹이 27일 중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 확대와 17조원 규모의 포용금융 방안을 내놓은 것도 그런 면에서 긍정적이다. 대출은 총량을 죄는 방식보다 상환능력과 실수요를 구분한 정밀한 대응으로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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