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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우산 유선영 대리/사진:최종복기자 |
초록우산 경기2지역본부 유선영 대리, 느린학습자 아동을 다시 바라보다.
“속도가 아닌 방향으로, 느리다는 이유로 놓치지 않도록”
초록우산 경기2지역본부에서 교육지원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유선영 대리는 ‘느린학습자 아동’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말한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분명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 그녀는 그 아이들이 자신의 속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기다려주는 일을 하고 있다.
유 대리는 현재 경기 서·북부 8개 기관과 협력해 느린학습자 아동 교육지원 공모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초록우산 청주사회복지관에서 4년간 아동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본부에서는 3년째 보다 구조적인 지원을 만들어가고 있다.
◆ 복지 사각지대 ‘느린학습자 아동, 기다림이 필요한 이유’
느린학습자 아동은 지적장애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평균보다 낮은 인지 기능으로 인해 학습, 또래관계, 정서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동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들이 ‘조금 느린 아이’, 혹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아이’로 오해되는 경우가 많다.
유 대리는 “이 아이들은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그 속도를 이해해주고 맞춰주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아동기에 적절한 지원을 경험하는 것은 이후 개입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 현장에서 만난 사례들은 이러한 필요성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학업이 어려워지며 자신감을 잃어가는 아이, 부모 역시 같은 어려움을 겪어 양육에 어려움을 느끼는 가정 등, 많은 아이들이 명확한 기준에 속하지 못한 채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법적·의학적 기준 어디에도 명확히 포함되지 않는 이 경계의 아이들은 공공과 민간 지원 모두에서 놓치기 쉽다.”
특히 경기북부 지역은 자원 접근성이 제한적인 경우가 있어 이러한 공백이 더 길어질 수 있다.
이에 초록우산은 지역사회 복지기관과 협력해 아이들이 비용과 거리 부담 없이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공모사업을 기획했다.
동시에 획일적인 지원이 아닌, 사례관리와 지역 자원을 결합한 맞춤형 접근을 통해 각 아동의 특성과 속도에 맞는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현장 밀착 지원’으로 기관 간 지속가능한 협력 기반 마련
올해 사업의 핵심은 학습능력, 심리·정서, 사회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함께 다루는 것이다.
유 대리는 “아이들의 어려움은 한 영역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학습의 어려움은 자신감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또래 관계 위축과 정서 문제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학습능력은 기초 역량을 보완하는 중심 축으로, 심리·정서 지원은 내적 회복과 성장을 위한 기반으로, 사회성 프로그램은 또래 관계 속에서 실제 경험을 통해 배우는 장으로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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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린학습자 아동교육지원 업무협약식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초록우산 제공 |
특히 또래 집단 활동은 아이들에게 중요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요소로 작용한다.
서로를 통해 배우고, 관계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는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사업의 또 다른 특징은 협력기관과의 관계다.
유 대리는 “ 기관을 관리의 대상이 아닌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로 생각하며 복지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수행 과정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기획부터 운영, 평가까지 함께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고 이야기한다.
그 결과 일부 기관에서는 보호자 참여 확대, 전문가 자문, 사례관리 강화 등을 통해 프로그램의 질을 높였고, 실제로 아동과 가정 모두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는 실무자 교육과 간담회, 자문위원 운영 등을 통해 기관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AI 기반 문해력 프로그램이나 연극치료 등 다양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지만, 유 대리는 “특별한 프로그램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맞는 방식을 강조한다. 실제로 연극치료 프로그램에서는 초기 갈등과 충돌이 있었지만, 점차 서로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며 협력하는 모습이 나타났고, 자신감과 자기조절 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졌다.”
이 사업은 유 대리 개인에게도 깊은 의미를 가진다. “현장에서 만났지만 충분히 도와주지 못했던 아이들에 대한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 사업은 단순한 성과를 넘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남기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좋은 어른을 만난 경험, 해냈다는 경험, 지지를 받은 경험이 아이들의 내면에 남기를 바란다.”
실제로 참여 가정에서는 아이가 공동체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자신감을 회복하며, 학습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작은 변화들이지만, 아이의 삶에는 분명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초록우산은 나를 기다려준 곳으로 기억되길
유 대리는 훗날 아이들이 이 경험을 떠올리며 “초록우산은 나를 기다려준 곳”이라고 말하길 바란다. 느리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부정하기보다, 과정 속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기억이 아이들의 성장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
느린학습자 아동은 우리 사회에서 결코 드문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경쟁 중심 환경 속에서 이들은 쉽게 뒤처지거나 배제되는 경험을 한다.
유 대리는 “이 아이들은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고 다른 방식의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유 대리는 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한 아이가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을 더 내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누군가의 관심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책임감을 가지고 이 변화를 이어가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성장은 한 개인이나 기관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역사회와 후원자, 그리고 함께하는 모든 이들의 연결 속에서 비로소 지속 가능한 변화가 만들어진다.
고양=최종복 기자 bok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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