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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반 없어도 '공정위' 족쇄 그대로…한화-대우조선 합병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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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4-28 16:38:20   폰트크기 변경      

수상함 점유율 67%ㆍ잠수함 64%
10개 부품 중 8개 시장 독점 유지
올해 법개정으로 의존도 되레 심화
위반 無 → 연장…구조적 경쟁제한이 기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 한화오션 제공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대우조선해양(現 한화오션) 기업결합에 부과했던 행태적 시정조치의 이행기간을 3년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기업결합 행태적 시정조치 이행기간이 연장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2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등 3개 피심인에 대해 △함정 부품 견적 가격 차별 제공 금지 △경쟁사의 기술정보 요청 부당 거절 금지 △경쟁사 영업비밀 계열사 제공 금지 등 시정조치를 2029년 5월 2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경쟁제한 우려가 지속될 경우 1회에 한해 최대 2년을 재연장할 수 있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 2022년 말 산업은행 관리 체제에 있던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49.3%를 인수하며 방산ㆍ조선 분야의 통합 역량 확보에 나섰다. 이른바 ‘K-방산 빅딜’로 불리던 이 결합을 공정위가 이듬해 5월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함정 입찰 과정의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3가지 행태적 시정조치를 3년간 준수하도록 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공정위는 규제의 끈을 풀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연장의 핵심 근거는 시장 지배력이 전혀 옅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정위가 최근 3년(2023~2025) 시장 상황을 분석한 결과, 한화오션은 수상함 시장 67.3%, 잠수함 시장 64.8%의 점유율로 두 분야 모두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합 전 수상함 점유율이 25.4%(2위)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달라진 위상이 확연하다.

상방(부품) 시장도 마찬가지다. 공정위가 시정조치 대상으로 지정한 10개 함정 부품 시장 가운데 8개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또는 한화시스템이 독점사업자이거나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어, 경쟁 건조업체들이 한화 계열 외 다른 부품업체를 통해 조달하기 어려운 구조가 그대로다.

법ㆍ제도 환경도 3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2023년 승인 당시 경쟁제한 우려의 배경이었던 입찰 제안서 평가 기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데다, 올해부터는 상세설계ㆍ선도함(같은 함급 중 처음 건조되는 함정) 단계까지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이 확대 적용되면서 경쟁 함정 건조업체의 한화 계열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지는 구조가 됐다. 규제 해소의 실마리가 보이기는커녕 더 촘촘해진 셈이다.

이번 결정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피심인들이 지난 3년간 3가지 금지 행위를 단 한 차례도 위반하지 않았음에도 연장이 결정됐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행동의 위법성이 아닌 독점적 시장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는 한 언제든 경쟁을 제한할 능력이 존재한다는 논리를 관철시켰다. 기업결합 심사가 승인 시점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실제 집행으로 증명한 첫 사례란 점에서 향후 M&A 심사의 기준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대기업 법무팀 임원은“행태적 시정조치 이행기간의 연장은 EUㆍ미국에서는 이미 표준화된 관행”이라며 “공정위가 EU 집행위원회(EC)의 다임러-BMW 카셰어링 사례를 직접 참고해 사후 감시 체계를 본격 가동한 것으로, 대규모 기업집단은 규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규제를 벗어날 수 없고 경쟁 생태계의 실질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진단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한화가 떠안는 실질적 부담은 적지 않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핵심 목적 중 하나는 부품 공급(한화에어로스페이스ㆍ한화시스템)과 함정 건조(한화오션)를 수직 통합해 입찰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정조치가 유지되는 한 가격 차별 제공, 기술정보 공유, 영업비밀 계열사 전달이 모두 차단돼 수직결합 시너지의 상당 부분이 제한된다. 반기마다 공정위에 이행 상황을 보고해야 하는 컴플라이언스 부담도 계속된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다소 아쉽지만, 앞으로도 준법경영 원칙에 따라 시정명령을 성실히 이행하면서 급변하는 글로벌 방위산업 환경에서 K-방산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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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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