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근우 기자]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ㆍ저장ㆍ하역설비(FLNG) 세계 1위 조선사다. 세계 FLNG 발주 10기 중 6기를 수주하며 퍼스트 무버로 질주하고 있다.
조선업계가 조 단위 적자를 쏟아내며 적자의 늪에 빠진 2010년대 중반, 경쟁사들이 잇따라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손을 떼던 그 시절 삼성중공업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FLNG 기술력을 묵묵히 지켜나갔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FLNG는 고부가가치 설비로서 수익성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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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중공업 판교R&D센터 전경. /사진: 삼성중공업 제공 |
29일 업계에 따르면 일반 LNG 운반선 1척당 수주액이 2억5000만달러 안팎 수준인 것과 달리, FLNG는 1기당 건조 단가가 최대 30억달러에 달한다. 1기만 따내도 중형 상선 10척 이상을 단숨에 채우는 수주 효과다. 일반 LNG 운반선의 마진이 5~10%인데 비해 FLNG는 20% 이상으로 2배 높은 고수익 사업으로 전해진다.
삼성중공업은 경쟁사들이 저유가로 FLNG를 외면하던 시절, 프랑스 엔지니어링사 테크닙FMC, 일본 JGC코퍼레이션과 ‘TJS 컨소시엄’을 꾸려 모잠비크 코랄 술(Coral Sul) FLNG를 건조하며 글로벌 트랙 레코드를 쌓았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에너지 수요 증가라는 장기 전망을 바탕으로 내린 전략적 결정이었다.
당시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모잠비크 정치 불안, 탈탄소 흐름에 따른 금융권 투자 철수, 중국의 저가 공세까지 겹치며 본계약은 번번이 지연됐다. 셸(Shell)의 프렐류드(Prelude) FLNG 등 초대형 프로젝트에서 설계 변경과 공기 지연으로 조 단위 손실을 보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2024년에 이어 작년에도 수주 목표(98억달러) 달성에 실패했다. 상선 부문에서 LNG 운반선 11척을 포함해 총 79억달러를 수주하며 전년(73억 달러)을 웃돌았지만, 해양 부문의 FLNG 계약 지연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흔들리지 않았다. FLNG 시장은 기다리면 반드시 돌아오는 구조라서다. 실제로 FLNG의 경우 기본설계(FEED) 단계부터 수주자가 사실상 결정되기 때문에, 수년에 걸쳐 쌓은 설계 자산과 기술 노하우를 타 조선소가 그대로 가져가 건조하는건 기술적ㆍ비용적으로도 비효율적이라는게 업계 중론이다.
기다림의 결실은 올 들어 가시화됐다. 미국 델핀 미드스트림이 상반기 내 최종투자결정(FID)을 내릴 것으로 관측되면서, FLNG 3기 연쇄 수주 초읽기에 들어갔다. 모잠비크 코랄 노르트 FLNG 본계약(25억달러)도 무르익고 있다.
현재 거제조선소에서는 말레이시아 Z-FLNG와 캐나다 시더(Cedar) FLNG 등을 건조중이다. 해양 부문 일감은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 139억달러 중 절반 이상인 82억달러를 해양 부문에 배정했다. 전년 해양 부문 수주 실적(8억달러)의 10배다.
DS투자증권은 얼마전 보고서에서 “2분기 델핀 1호기, 하반기 웨스턴 FLNG 및 델핀 2호기 수주가 기대된다”며 “연말까지 총 6기의 FLNG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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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중공업이 지난 1월16일 거제조선소에서 ‘코랄 노르트’ FLNG 진수식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 삼성중공업 제공 |
삼성중공업의 존재감이 두드러지자 글로벌 자본이 화답했다. 최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스가 삼성중공업 지분 5.01%를 취득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10조6500억원, 영업이익 8622억원을 기록하며 2016년 이후 9년만에 연매출 10조원 클럽에 복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72% 증가, 최근 12년 내 최대치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부회장)는 지난달 20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FLNG 분야에서는 구조적 혁신을 통해 글로벌 표준화 모델을 개발하고 올해를 독자 개발 LNG 화물창 적용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근우 기자 gw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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