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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한형용 기자] 압록강과 두만강은 오늘날 우리에게 ‘분단의 선’으로만 각인돼 있다. 지도는 그곳을 차가운 국경선으로 갈라놓았고, 우리의 상상력도 그 선 앞에서 멈춰 서 있다.
하지만 20년 넘게 만주와 한반도 접경을 누벼온 인류학자 강주원은 묻는다. 우리가 ‘선(線)’으로 믿어온 그곳이 사실은 수많은 삶과 물자가 쉼 없이 교차해 온 ‘면(面)’이자 공존의 공간이었다면?
저자는 안중근, 이회영, 윤동주, 백석, 김구, 이미륵 등 익숙한 이름들이 언제, 어떤 마음으로 그 강을 건넜는지를 입체적으로 추적한다. 독립운동에서 망명, 생계유지까지 강을 건넌 이유는 저마다 달랐고, 그 선택에 따라 이후의 삶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저자는 이들의 궤적을 쫓으며 역사적 고정관념도 걷어낸다. 안중근이 두만강을 건넌 건 한겨울이 아닌 한여름 장마철이었고, 당시 만주로 향한 70만 이주민의 동기는 항일 투쟁 하나로 단순화할 수 없을 만큼 다층적이었다. ‘만주는 늘 춥고 삭막한 항일 투쟁의 무대’라는 익숙한 이미지는 현장의 기록 앞에서 힘없이 무너진다.
저자의 시선은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고 철조망이 강화되던 시기에도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다리 위로는 거대한 물류가 흐르고 있었다. 저자는 ‘단절된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끈질기게 이어지는 접경지대의 일상을 통해, 인간이 그어놓은 경계가 결코 삶의 흐름을 완전히 가둘 수 없음을 증명해 낸다.
두 강을 다시 보면 한반도도 달리 보인다. 우리는 남북 관계를 늘 휴전선이라는 폐쇄적인 틀 안에서만 바라보려 하지만, 만주라는 렌즈를 통해 보면 한반도는 대륙으로 열린 활로를 가진 역동적인 공간으로 재정의된다. 분단의 한계를 넘어 동북아시아 전체를 공존과 교류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서울대 인류학과 대학원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받은 강주원 씨는 2000년 여름부터 한반도 밖 국경 지역인 중국 단둥을 포함해 두만강과 압록강을 다니며 북한 사람ㆍ북한 화교ㆍ조선족ㆍ한국 사람의 관계 맺음을 기록해 왔다. 2020년 봄부터는 한반도 안 임진강과 한강 그리고 DMZ 일대를 현장으로 삼아 남북 교류와 만남, 분단의 풍경과 삶을 배우고 있다. 2023년 여름부터는 두만강과 압록강을 넘나들었던 인물들과 함께 만주와 한반도를 잇는 역사와 현재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 강주원 지음 / 정한책방 / 264쪽 / 20,000원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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