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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권한 분산론 실상… 자치구 ‘심의위’ 상설 운영 25곳 중 1곳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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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4-30 10:59:04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 DB.


[대한경제=임성엽 기자]정비사업 권한을 자치구로 분산해 공급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이미 자치구에 부여된 핵심 권한조차 현장에선 사실상 ‘사문화’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허가권 분산이란 주택공급 확대의 본질에서 비껴간 주장이란 지적이 나온다.

30일 [대한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관내 25개 자치구 중 ‘소규모주택정비 통합심의위원회’를 상설 운영하고 있는 곳은 서대문구가 유일하다. ‘빈집 및 소규모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상 법적으로 자치구청장은 조합설립 인가와 심의 권한을 갖고 있다.

법적으로 자치구 스스로 소규모 정비사업 건축·경관·교통 통합심의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소규모 정비사업은 자치구가 자체 심의를 진행할 경우 시 본청을 거칠 때보다 사업 기간을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이상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자치구는 심의위원회를 상설화하지 않는 등 운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치구들은 심의위원회 상설 대신, 위원회를 임의 구성하는 방식으로 가로주택(모아주택)정비사업 통합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본청의 인허가 병목현상’은 실제론 자치구의 행정 실행력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란 지적을 뒷받침한다.

‘500세대 미만 정비구역 지정권 자치구 이양’ 주장은 법리적 모순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상 소규모 정비사업은 신속한 추진을 위해 애초부터 ‘정비구역 지정’ 단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률상 해당 사업들은 구역 지정 없이 곧바로 ‘조합설립 인가’ 단계로 진입한다. 인가권은 이미 각 자치구청장이 행사할 수 있다.

즉, 자치구가 이미 사업의 시작(조합 인가)과 핵심 과정(통합심의)에 대한 권한을 모두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존재하지 않는 절차의 권한 이양을 요구하는 셈이다.

자치구들이 소규모 정비사업에 소극적인 이유는 사업성 부족 문제로부터 비롯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시내 소규모 재건축 준공 물량은 단 1건도 없었다. 가로주택정비사업 준공 물량도 4건에 그쳤다.

200~500세대 미만 사업장은 이른바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지 않아 공사비 급등에 따른 자재 조달 단가 확보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분양 물량도 제한적이어서 시공사 선정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서울시가 소규모 필지를 묶어 개발하는 ‘모아타운’을 도입한 이유도 자치구 단위의 분절된 개발로는 사업성과 도시계획적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결국 권한의 분산보다는 이미 위임된 권한의 실질적 운용과 사업 모델의 대형화가 실질적인 공급 대안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구역지정 권한 이양 주장이 일반 정비사업을 의미한다면 더 큰 문제다. 시장에서 선택하지 않는 비주류 경로의 권한을 요구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실제 500세대 사업장도 도시정비법 상 일반 재건축, 재개발사업을 추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안전진단부터 정비계획수립, 구역지정, 추진위구성까지 지난한 모든 절차를 다 밟아야 한다.

500세대 미만의 규모라면 굳이 10년 이상 걸리는 일반정비사업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에 정부에서도 2~3년안에 인허가를 끝낼 수 있도록 새롭게 만들어 준 길이 ‘빈집및소규모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이다.

주택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부여된 권한의 실행 의지 없이 추가적인 권한 이양만을 주장하는 것은 시장의 본질적인 문제인 사업성 개선이나 공급 속도 제고와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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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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