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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삼성전자가 글로벌 TV 1위 공식을 스스로 뒤집는 5월 ‘원포인트’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20년간 세계 TV시장을 호령해온 삼성전자가 정기 인사철도 아닌 시점에 수장을 교체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비상 상황’임을 방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술이 아닌 사람, 그것도 ‘마케팅·서비스 전문가’를 전면에 세웠다. 구글 출신 이원진 사장을 VD(TVㆍ디스플레이) 사업부장으로 전격 투입한 배경에는 더 이상 ‘잘 만든 TV’만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기술통’ 가고 ‘전략가’ 왔다
삼성 TV의 역사는 ‘초격차 기술’의 역사였다. 보르도 TV부터 QLED, Neo QLED에 이르기까지 삼성은 더 얇고 선명한 화면 구현에 집중하며 시장을 선도해왔다.
4일 삼성전자 신임 VD사업부장으로 선임된 이원진 사장은 내부에서도 이례적인 이력을 지닌 인물이다. 2014년 삼성에 합류한 그는 구글과 어도비에서 광고·플랫폼 비즈니스를 경험한 서비스 전문가로, ‘하드웨어 이후’를 설계해온 드문 케이스로 평가된다. 실제로 ‘삼성 TV 플러스’를 통해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FAST) 모델을 안착시키며 사업 구조 전환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 사장은 2023년 말 상담역으로 물러났다 약 1년 만에 글로벌마케팅실장으로 다시 현업에 복귀했고, 이번 인사로 VD사업부장에 올랐다.
이번 인사의 배경에는 부진한 실적이 자리 잡고 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TV·가전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생활가전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20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3000억원) 대비 줄어든 상황이다. 전반적인 수요 둔화 속 TCL·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이 프리미엄 시장까지 저가 공세를 확대하며 수익성이 악화했다.
엔지니어 중심 체제에서 플랫폼 전략가가 전면에 나선 것은, TV를 판매하는 순간 수익이 끝나는 구조에서 벗어나 사용되는 동안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업계 관계자는 “물리적 성능 경쟁은 이미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며 “중국 업체들이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힌 상황에서 하드웨어 마진에만 의존하는 구조로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팔던 TV’에서 ‘버는 TV’로
이원진 사장이 맡은 과제는 TV 사업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다. 해법은 서비스와 콘텐츠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이다.
첫째는 광고 기반 플랫폼 확대다. 삼성 TV 플러스를 중심으로 FAST 채널을 확대하고, 시청 데이터 기반 타깃 광고를 고도화하는 전략이다. 이미 조 단위 매출을 넘어선 이 사업은 VD 사업부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둘째는 콘텐츠서비스 강화다. 아트스토어, 게임, 스포츠, 커머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TV 안으로 끌어들여 소비가 이뤄지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TV를 단순한 ‘대형 화면’이 아니라 ‘거실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는 작업이다.
셋째는 디바이스 간 연결 기반 수익화다. 스마트폰과 가전, 사물인터넷(IoT)를 연결한 계정 기반 경험을 통해 광고·구독·데이터를 통합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개별 제품이 아닌 ‘삼성 생태계’ 차원의 수익 극대화를 노린 전략이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TV 플랫폼 시장은 이미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가 장악하고 있다. 삼성 TV가 자체 운영 플랫폼에서 사용자들이 오래 머무르며 시청 데이터를 제대로 쌓아가지 못한다면, 결국 플랫폼이 아닌 고급 모니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20년 넘게 ‘하드웨어 경쟁력’을 중심으로 운영돼 온 VD사업부 조직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업계 전문가는 “이번 인사는 삼성 TV가 단순 가전제품을 넘어 광고·게임·쇼핑을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사업 구조 전환의 성패가 향후 TV 사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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