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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라운지] 부동산 개발사업 관련 위임계약에서 신뢰관계 파탄을 이유로 한 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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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5-06 06:20:31   폰트크기 변경      

부동산 개발사업은 시행사, 시공사, 금융기관, 신탁사 등 여러 주체가 얽힌 복잡한 사업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주체가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체결하는 업무대행 계약, 프로젝트 관리(PM) 계약 등 전문적인 용역계약은 법적으로 위임계약의 성질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러한 계약의 근간이 되는 ‘신뢰’가 깨졌을 때, 계약당사자 일방은 계약서에 명시된 해지 사유가 없더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까?

민법 제689조 제1항은 위임계약의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임의해지’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보장한다. 하지만 이는 임의규정이므로, 당사자들은 계약의 안정성을 위해 별도의 해지 사유를 엄격하게 정하는 특약을 두는 경우가 많다. 판례는 이러한 특약이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약정된 사유에 의해서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7다5326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이에 대한 중요한 판단을 내놓았다(대법원 2026. 4. 2. 선고 2025다219495 판결).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비록 계약서에 민법상 임의해지를 배제하는 별도의 해지 사유가 약정되어 있더라도,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위임계약은 특별한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계속적 계약이므로, 당사자 일방의 의무 위반이나 부당한 행위로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계약을 유지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렀다면 상대방은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 대법원 판결은 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사의 직원이 업무수행과정에서 리베이트를 수수하여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점을 신뢰관계 파탄의 중요한 근거로 보았고, 결국 지역주택조합의 신뢰관계 파탄을 이유로 한 업무대행 계약 해지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번 판결은 지역주택조합의 업무대행 계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널리 활용되는 프로젝트 관리(PM) 계약, 자산관리(AM) 계약, 각종 자문 계약 등 위임의 성격을 띠는 모든 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결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판결은 위임계약에서 임의해지를 배제하는 특약의 효력을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를 명확히 설정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행위가 발생한 경우, 위임인은 더 이상 부당한 계약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법적으로 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게 되었다. 이는 향후 부동산 개발사업 관련 계약 실무 및 분쟁 해결에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병진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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