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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광저우에서 열린 HMM나무호의 진수식. [한국선급웹진 캡쳐] /연합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무력화하기 위한 이른바 ‘해방 프로젝트’를 개시하자마자 양국 간 무력충돌이 재발하며 휴전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국 선사가 운용하는 선박에서 화재 발생 사고가 일어나며 이란의 공격 ‘타깃’이 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사고의 명확한 원인 규명 작업 등과 함께 미국 정부가 요청하고 있는 ‘작전 지원’ 관련 “상기 원칙, 한반도 대비태세, 국내법 절차 등을 감안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SNS에서 해방 프로젝트 작전과 관련, “이란이 한국의 화물선 등 무관한 국가들을 향해 몇 차례 발포했다”고 밝혔다.
앞서 우리 정부는 한국시간 5일 오전 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 해운사 HMM 선박 ‘나무호’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해당 선박에는 한국 국적 선원 6명과 외국인 선원 18명 등 총 24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는 이 사건을 한국의 군사작전 개입을 유도하기 위한 명분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한국 선박을 겨냥해 다수 발포가 이뤄졌고 한국이 어떤 식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건 혼자 운항하던 한국 선박이었다”며 “(해방 프로젝트에 따라) 호위를 받는 선박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지난 3월14일 한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에 호르무즈 해협으로 군함을 파견하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한 바 있다. 이에 한국을 비롯한 국가들이 곧바로 화답하지 않고 신중한 생각을 보이자, 미군이 수만 명 단위로 주둔하는 동맹국에 대한 군사적 기여를 운운하며 여러 차례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설상가상 트럼프는 최근 지원 요구를 외면한 독일 등 유럽 국가들에 관세 인상과 미군 감축 등을 예고하며 ‘보복’ 조치를 본격화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전쟁 상황은 출구를 가늠할 수 없는 교착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수정된 종전안을 물밑에서 주고받으며 종전협상의 끈을 놓고 있지 않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공회전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나아가 미국의 이번 작전을 계기로 사실상 ‘교전’이 재개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란과의 전쟁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아파치 헬기를 동원해 상선을 위협하던 이란 고속정들을 격침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지난달 8일 양측의 휴전 발효 이후 약 한 달간 멈췄던 이란의 걸프지역 공격도 재개됐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방부는 4일 이란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과 드론 총 19발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공격으로 UAE 주요 에너지 시설인 푸자이라 석유화학단지에도 화재가 발생했다.
양국의 협상 또한 핵심 쟁점인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에 대한 입장차를 여전히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는 전날 이스라엘 공영 칸 방송과 인터뷰에서 “검토해봤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이날 “미국 답변을 받아 여전히 검토 중”이라면서도 “미국 측의 요구가 과도하고 비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는 승전 선언을 위한 명분과 직결되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포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대로 이란은 호르무즈 통제권 협상을 매듭지은 뒤 다음 단계로 핵협상을 진행하자는 입장을 견지하며 미국에 합의 조건으로 전쟁 배상금까지 요구하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강훈식 비서실장 주재로 선박 사고 관련 상황 점검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를 진행했다.
정부는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사고 선박의 선사와 계약된 예인선을 통해 인근 항만으로 이동한 뒤 접안할 예정이다. 이어 두바이 현지의 한국선급 지부 인력을 즉각 파견해 안전 검사를 추진한다.
청와대는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가 모든 국가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고 국제법상 보호되어야 할 원칙이라는 입장 아래 글로벌 해상 물류망의 조속한 안정, 회복, 정상화를 위해 여러 국제적 노력에 적극 참여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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