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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계 비계의 날’ 제정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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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5-14 09:29:45   폰트크기 변경      

이남수 한국건설가설협회 회장(IASA executive director)


건설 및 산업현장에서 가장 먼저 설치되고,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구조물. 바로 ‘비계(Scaffolding)’다.

비계는 단순한 임시 구조물이 아니다. 고시대의 피라미드 콜로세움, 현시대의 고도화된 산업시설뿐만 아니라 미래의 우주시대까지 건설 및 산업 관련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의 기반이자 모든 공정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필수 인프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산업은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산업’으로 남아 있다.

대한민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비계 작업 중 추락사고는 여전히 건설 및 산업재해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계 관련 산업은 전문기술 분야로서 충분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위상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올해 처음 지정된 ‘세계 비계의 날’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매년 5월 14일로 지정된 이 날은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관련 산업의 사회적 가치와 책임, 그리고 역할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관련 산업을 하나의 ‘숙련된 전문 영역’으로 재정의하고, 안전과 기술, 그리고 책임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글로벌 선언이다.

전 세계적으로 비계 관련 산업은 이미 변화하고 있다. 체계적인 교육과 자격 기준, 국제적인 기술 표준, 그리고 산업 간 협력을 통해 더 이상 단순 노무가 아닌 ‘전문 엔지니어링 분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특히 국제적인 권위를 가진 영국 국제비계협회(IASAㆍInternational Access and Scaffolding Association)는 비계 작업자의 최소 역량 기준을 국제 수준에서 정립하고, 산업의 전문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도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관련 산업을 명확한 ‘전문 업종’으로 인정해야 한다. 단순 작업이 아닌 설계ㆍ구조ㆍ안전이 결합된 고도의 전문화된 엔지니어링-기술 분야로서 제도적 기반과 사회적 인식이 함께 정립돼야 한다.

둘째, 교육과 자격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현장 경험에 의존하는 단순 기능 영역에서 벗어나 전문 기능 영역에 준하는 직업훈련과 국가적 수준의 역량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산업 전체의 책임 구조를 재정립해야 한다. 복잡한 다단계 구조 속에서 안전이 희석되는 현실을 개선하고, 품질과 안전을 중심으로 한 산업 구조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건설가설협회는 5월 14일 전 세계 IASA 회원국 모두가 참여하는 ‘세계 비계의 날’을 계기로 이러한 변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유관기관 및 회원사와 함께 현장에 안전 메시지를 확산시키고, 협회ㆍ이사회 및 지사장 회의를 통해 산업 내부의 인식 전환을 이끌어 갈 것이다. 또한 국내외 언론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관련 산업의 전문성과 중요성을 사회 전반에 알릴 계획이다.

비계는 건설을 지탱하는 중요한 구조물이다. 그리고 그 위에는 존엄한 사람의 생명이 있다.

이제는 이 산업을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영역에 둬서는 안 된다. 5월 14일, ‘세계 비계의 날’은 그 전환의 출발점이다.


이남수 한국건설가설협회 회장

IASA executive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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