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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도시정비포럼 전문위원 칼럼] 정비사업의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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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5-11 05:00:10   폰트크기 변경      
박민규 한국투자부동산신탁 본부장

박민규 한국투자부동산신탁 본부장

음악회에서 오케스트라의 멋진 연주는 감동과 전율을 선사한다. 이때 우리는 연주회의결과물을 즐기지만, 지휘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랜 시간 단원들을 이끌어왔다는 사실이 공존한다.

정비사업도 마찬가지다. 수백, 수천 세대를 건축하는 대규모 사업에는 설계ㆍ인허가ㆍ시공ㆍ분양 등 수많은 전문가가 필요하고, 토지등소유자들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결코 쉽지 않다. 조합 임원이나 추진위원들이 현업을 병행하면서 이 복잡한 업무를 지휘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하다못해 집 한 채 인테리어 공사도 비전문가 입장에서는 이만저만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텐데, 수천 세대 규모의 정비사업이라면 오죽할까.

2002년 도정법 제정 이후 14년이 지난 2016년부터 신탁업자를 정비사업 시행자로 지정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조합 내부 갈등과 사업 지연 등 기존 조합방식의 고질적 문제를 해소하고,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실제로 목동 14개 단지 재건축 중 8개 단지가 신탁회사를 시행자로 지정했고, 분당을 비롯한 1기 신도시에서도 신탁방식이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 권역에서는 정비계획 입안부터 구역지정까지 원스톱으로 추진하는 지정개발자 특례방식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유는 신탁회사라는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다. 실제 신탁업자를 정비사업 시행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배경도 기존 조합방식의 정비사업이 조합 내부 갈등, 비리, 사업 지연 등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신탁방식이 만능은 아니다. 조합방식은 토지등소유자들이 사업의 주체로서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분명한 강점이 있다. 반면 신탁회사도 엄연히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인 만큼, 회사의 이익과 조합원의 이익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신탁회사를 선정할 때는 수수료 수준만이 아니라 실제 사업 추진 실적 등 객관적 지표도 중요하지만 담당 PM의 전문성과 소통 방식, 회사의 조직 문화까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14개 신탁회사는 각기 다른 경험과 강점을 갖고 있으므로, 우리 사업지의 특성에 맞는 회사가 어디인지 충분히 비교·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입찰이든 수의계약이든 형식보다 실질적인 검증이 먼저다.

회사의 이름이나 규모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정비사업을 담당할 PM이 어떤 사람이고 회사의 어떤 문화를 체득하고 있는지도 중요한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일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담당자의 소통능력과 리더십은 매우 중요한 선택 항목 중 하나다.

결국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정비사업의 성패는 구성원들의 주체적인 참여와 감시에 달려 있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을 함께 걸어갈 동반자를 선택하는 일인 만큼, 신탁회사의 부상이 가져오는 효율성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도 냉철하게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신탁회사는 신용(Credit)과 신뢰(Trust)가 근본이고 부동산 개발사업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을 보유한 회사다. 신탁방식을 선택했다면 전문가를 신뢰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사업의 주인이 어디까지나 토지등소유자 자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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