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서 신경정신 분야 한의원 운영
현대인의 생활 속으로 깊이 들어가
한방의술로 불안한 내면을 읽어내
학술적 이론 수립하는데도 주력
서울시 한의사회 부회장 맡아
지구촌 돌며 한방 세계화에 전념
맥이 끊어질 듯 이어지고 이어질 듯 끊어진다. 때론 절절함과 애절함이, 때론 아련함과 허망함이 폐부를 찌른다. 정신적으로 깊은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의 한 가닥 갈망 같기도 하다. 젊은 시절 이처럼 고통받는 환자를 구제하고 그들의 정신적 고뇌를 치유하고 싶었다. 경희대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한의사로서의 삶을 시작하며 한평생 의료봉사와 한의학 계승에 매진했다. 과학과 문명의 발전에 따라 한의학도 정신질환 같은 분야에 접근해 첨단화를 이뤄내겠다는 생각에 박사 학위도 따냈다. 한의학 고유의 맥진 등 기본 진단을 절대 소홀히 해선 안되지만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불안장애 환자들이 많아지는 현상에 주목했다. 그래서 걱정과 불안한 생각들이 이유 없이 떠올라 힘들어하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특화했다. 2002년에는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로 공인받아 줄곧 달려왔다. 2023년부터는 아예 경기도 성남 위례에 한의원을 차려 현대인의 불안한 내면을 읽어내기 시작했다. 정신과 증상이 신체화 반응으로 나타나는 이유를 집중 연구했고, 국내외 많은 자료와 분석을 통해 나름의 치료 방법도 터득했다. 또 한의학을 현대 사회에 맞게 혁신하고 발전시키는 데도 앞장섰다. 2021년부터 서울시 한의사회 부회장은 맡아 한방의 세계화에 전념하고 있다. 한방신경정신과 외길을 걸어온 임재환 위례경희한의원 원장(55)의 이야기다.
올해로 한방 의업 30년을 맞은 임 원장을 최근 병원집무실에서 만났다. 병원은 성전 같은 경건함을 느끼게 한다. 문을 열자 두툼하고 따뜻한 손이 덥석 손님을 반긴다. 악수만으로도 그의 인생 반 너머가 가슴을 치고 들어온다. 난해한 현대의술이 판치는 업계에서도 꿋꿋하게 한방에 천착해온 임 원장은 의료기기에 둘러싸여 눈빛마저 별처럼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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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환 위례경희한의원 원장 이 한방 신경정신질환 치료에 대해 설명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위례경희한의원 제공 |
“한의학은 생명현상을 형신(몸과 마음)일체에 두고 정신건강에 대해 서구의 의술에서 벗어나 ‘번아웃’ 등 흔들리는 심신을 관찰 연구해 왔다는 점에서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앞서가고 있다”는 첫 마디에 온몸이 숙연해 졌다.
지난 30년간 현장을 발로 뛰며 한방 신경정신 분야를 연구한 그는 현대인의 정신적 불안증세와 관련된 병증과 치료 방법을 조만간 집대성할 계획이다. 임 원장이 한방신경정신 치료 역사의 빛나는 흔적을 남기겠다는 굳은 의지로 읽힌다. 한의학의 학자 입장에서의 조명이 아닌, 전문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점에 대해서 고무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어 벌써 기대된다.
매일 환자들의 가느다란 희망을 건져 올린다는 그가 수많은 한방치료 영역 중에서도 신경정신치료에 발을 디뎌놓는 것이 궁금했다. “환자들이 어찌 그리 오랫동안 신경정신과 치료에 매진할 수 있었는지 묻데요. 사실 저에겐 밥 먹는 일과 별반 다를 게 없었습니다. 그만큼 제겐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가치였던 거지요.”
실제로 그는 현대 사회가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면서 불안장애 환자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래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겪는 분노와 화병을 한의학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사회적 분노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실제 임상에 적용, 치료한 것이 벌써 30년이 훌쩍 흘렀다.
“의술의 마지막 단계는 생활로 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진짜 삶으로 들어가는 거지요. 생활과 의술이 일치해야 합니다. 그동안 다양한 신경정신질환에 대해 한방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하며 환자들을 편안한 삶 속으로 끌어들였어요. 대표적으로 공황장애 우울증 불면증 공포증 조현병 화병 치매 틱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편안하게 상담과 치료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도록 개인 치료실을 갖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임 원장은 한방을 통한 신경정신치료에 대해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도 내다봤다.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이 접목된 통합의학을 통해 더 효과적인 신경치료를 추구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동양의학은 아마 서양의학과 대등한 위치에까지 놓일 것입니다.”
그러나 임 원장이 내놓는 생각은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온라인에서만 보더라도 한의학·한방요법 등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여전히 소극적이다. 물론 긍정적 평가도 존재하지만, 개인 경험에 따라 차이가 커질 수 있다. 이는 정신질환자도 마찬가지다. 신경치료를 위해 한의원을 찾는 사람도 많지만, 반대로 한의원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 이도 적지 않다. 한의원보다는 병원이나 의료기관을 찾아 약을 복용하고 상담 하는 것이 올바른 치료법이라고 믿는 이도 많다.
임 원장도 이를 경험해 왔다. 그는 “30년전 신경 질환 한방치료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을 때도 한방을 폄하하는 사람은 많았다”며 “양방과 달리 한방은 비과학적이라는 편견이 상당했다”고 회고했다.
그에겐 사회 전반에 깔린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선 임상시험과 각종 연구를 통한 과학적 입증이 필요했다. 아무리 좋은 치료법이라고 한들, 그 효과를 입증할 만한 근거가 없다면 각 개인마다 ‘다르게’ 얻어지는 경험에 불과하다.
이에 임 원장은 ‘표준화·과학화·세계화’를 한방 신경정신 치료의 핵심가치로 설정했다. 먼저 사회 불신 해소를 한방치료 연구 목표로 삼고, 누구보다도 앞서서 한방 정신치료 요법의 표준화·과학화에 주력했다. 치료요법에 대한 학술적 이론을 수립하는데 주력했고, 여러 연구와 논문 발표로 한방요법이 갖는 효과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를 확보해 나갔다.
한방·한의학을 정립하기 위한 노력은 데이터 축적에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에는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을 맡아 직접 미국과 중국, 러시아, 유럽 등에 가서 한방 치료에 대한 강연·시연을 펼치는 등 인지도 제고에 힘써왔다. 이는 한방 신경정신 치료에 대한 과학화를 충분히 이뤄냈다는 자신감에 근거했고, 그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임 원장은 “낯선 한방 신경정신 분야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선 외국인이 치료 효능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정신 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 데이터는 외국에서도 인정받고 있고, 약물에만 의존해 오던 치료법에서 벗어나 한방 치료가 가능하다는 근거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임 원장은 2023년 병원을 확장하며 강동경희대한방병원과 협력 협약도 맺었다. 기존의 진맥, 혈압, 체질분석 등과 더불어 다양한 새로운 장비를 활용한 효과적인 진료 및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른바 ‘화병 사회’를 진단하며 치료하는 방법도 내놓았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공황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7년 약 13만9000명에서 2021년 약 20만 명으로 증가해 약 6만 명(44.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포털 검색에서도 ‘공황장애 증상’, ‘공황장애 초기현상’, ‘공황장애 치료’, ‘공황장애 극복 방법’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며 자신의 증상을 확인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그는 “최근 가슴 두근거림이나 호흡곤란,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공황장애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과거에는 공황장애가 특정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정신과 질환으로 인식되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심리적 부담이 커지면서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울분 감정의 이해와 사회적 관계와 공정성 회복하는 것이 우선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사회적 분노로 인한 화병을 치료하기 위해 디지털기기도 개발해 사용하고 있구요.“
특히 공황장애는 특별한 위험 상황을 맞딱들이지 않았는데도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숨이 막히는 듯한 현상, 어지럼증, 손발 저림, 공포감 등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공황 발작을 경험한 이후에는 재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일상 활동을 피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임 원장은 “이러한 증상이 반복될 경우 단순한 불안 문제로 넘기기보다 자율신경계 이상 여부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황장애 치료는 단순히 불안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경험하는 신체 반응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개인의 신체 상태와 스트레스 요인을 고려한 맞춤 치료가 필요하죠.”
임 원장은 공항장애 같은 불안증 치료방법으로 감정자유기법(EFT-Emotional Freedom Technique)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단순한 경혈 자극 중심의 EFT 시술법이 언어적 접근과 확언(affirmation), 심리 역전(psychological reversal) 등의 개념이 치료 효과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애둘러 강조했다.
“EFT가 심리치료와 한의학의 핵심인 경혈 이론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신경정신과 질환의 주된 치료 방법으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겁니다. EFT가 한의학적 기반 위에서 심리치료의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잠재력을 확인하고, 한의학과 정신의학의 융합적 접근에 대한 학문적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
그는 정신과 전문의로서 갖추어야 할 자세와 진료 철학, 그리고 실제 환자 진료 현장에서의 노하우 등도 털어놨다. “환자를 상품화하지 않고 한 사람의 귀한 존재로 바라보며 긍휼한 마음을 가지고 진료에 임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의사는 환자 스스로의 힘을 통해 자신을 치유할 수 있도록 돕다는 생각을 해야해요. 또한 이를 위해서는 치료자와 환자 사이에 형성되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 즉 ‘해피 릴레이션십’을 구축하는 것이 치료의 중요한 가치입니다.”
비록 고단한 의업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가 행복한 것은 어느 누구와도 닮지 않은 독자적인 자기 의학 세계를 갖고 매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임 원장은 환자들과 함께 세월의 흔적을, 지금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방신경정신과 의사로서 갖추어야 할 역량에 대한 시야를 확장하고 있다. 아마 자신만의 진료 방향을 정립하기 위한 특별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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