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상 비행체 2기 타격 공식인정…공격주체는 “예단 안 해”
美 해양자유구상 참여 압박 커질듯…청해부대 작전 확대 여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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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어난 한국 선박 화재 사건은 미상 비행체의 타격에서 비롯됐다고 정부가 밝혔다. 외교부는 지난 10일 이 같은 내용의 정부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현장 조사단이 기록한 사진을 공개했다. 선체 하단에서 확인된 폭 5m·깊이 7m 파공./사진:외교부 |
[대한경제=조성아 기자]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HMM 소속 한국 선박 ‘나무호’ 화재가 미상의 비행체 타격에 따른 외부 공격으로 확인되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안 협의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든 가운데 한국 선박이 직접 피해를 입은 사실까지 공식화되면서, 호르무즈 항행 안전을 위한 한국의 기여 요구가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외교부는 10일 정부 합동조사 결과 발표에서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정박 중이던 나무호 선미가 미상 비행체 2기의 타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조사 결과 5월4일 미상의 비행체가 HMM 선미를 타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CCTV 영상에 해당 비행체가 포착됐으나 발사 주체, 정확한 기종 및 물리적 크기 등을 확인하기에는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미상 비행체 2기는 현지시간 지난 4일 오후 3시30분쯤 나무호 선미 좌현 평형수 탱크 외판을 약 1분 간격으로 타격했다. 1차 타격으로 화재가 발생했고, 2차 타격 이후 화재 규모가 급격히 확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타격 부위에는 폭 약 5m, 선체 내부로 깊이 약 7m 크기의 파공이 생겼다. 외교부는 파손 부위가 해수면보다 1∼1.5m 높은 지점이라는 점 등을 들어 기뢰나 어뢰 피격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다만 정부는 공격 주체와 사용 무기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장에서 수거한 비행체 엔진 잔해 등을 추가 분석할 예정이며, 해당 비행체가 드론인지 미사일인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박 대변인은 “현재 이 공격의 주체에 대해서는 예단하지 않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미ㆍ이란 협상 국면과 맞물리며 외교ㆍ안보 부담을 키우고 있다. 최근 타결 가능성이 거론됐던 미국과 이란의 종전안 협의는 이란 측 답변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다시 교착 국면에 들어섰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 항행 보장과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 등을 요구하는 반면, 이란은 제재 해제와 안보 보장 문제 등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측 답변을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힌 점도 협상 교착 가능성을 키우는 대목이다.
협상이 지연될수록 호르무즈 해협 내 긴장도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 선박이 직접 공격 피해를 입은 만큼 미국이 한국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도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무호 화재 직후 이란의 공격이라고 주장하며 한국의 호르무즈 안정화 노력 동참을 압박한 바 있다.
정부는 그동안 미국이 제안한 다국적 연합체 ‘해양자유구상’ 참여나 영국ㆍ프랑스 주도의 다국적군 구상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 왔다. 함정 등 군 자산을 호르무즈 해협에 투입할 경우 장병 안전 확보, 국회 동의 필요성, 한반도 안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청해부대 전력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투입하거나 작전 범위를 확대하는 문제는 단순한 작전 조정 차원을 넘어 파병 성격을 띨 수 있다. 국방부는 청해부대의 기존 임무가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의 우리 상선 보호와 해적퇴치에 맞춰져 있는 만큼, 호르무즈 해협으로 작전 범위를 넓히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곧바로 군함을 투입하기보다는 정보 공유, 연락장교 파견, 호르무즈 해협 외곽에서의 상선 안전 지원 등 비전투적 기여 방안이 우선 검토될 가능성도 크다. 이와 관련 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조사 결과가 미국 주도 호르무즈 해협 안정화 노력 참여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미국의 해양자유구상(MFC)을 비롯한 미측 구상 참여 문제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도 정부 합동조사 결과 발표 이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를 열고 나무호 피해 사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공격 주체가 아직 특정되지 않았고 이란 정부가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는 만큼, 별도 입장을 내기보다는 추가 조사 결과와 관련국 반응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나무호' 화재 원인이 외부 공격으로 확인된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나무호 등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은 정당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일반 상선에 대한 공격이 규탄의 대상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저희(정부)는 지금 공격의 주체를 특정하지 않고 있다. 특정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단계"라며 "판단이 서는 대로 적절한 수위의 대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기여 수준이나 정부의 대응 기조는 현지시간 11일 미국 워싱턴 D.C. 인근 펜타곤에서 열리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회담에서 일부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방부는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핵 추진 잠수함 건조 협력 등이라고 밝혔으나, 나무호 화재 원인이 외부 타격으로 확인된 만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안전 문제도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성아 기자 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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