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명령만으로 계약 해제’ 판결
“건축물분양법 체크리스트 필수”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분양사업자가 건축물분양법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받으면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오피스텔이나 생활숙박시설 등 분양형 부동산을 중심으로 관련 분쟁이 확대되면서 대응 전략을 찾기 위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법조계에서는 분양ㆍ건설사들이 단순한 사후 대응을 넘어 분양광고 작성과 계약서 검토, 행정절차 관리 등 분양사업 전 단계에서 법률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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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법인 지평의 백종현 변호사가 11일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 지평 본사에서 열린 ‘분양사업자가 꼭 알아야 할 건축물분양법’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이승윤 기자 leesy@ |
법무법인 지평의 백종현 변호사는 11일 열린 ‘분양사업자가 꼭 알아야 할 건축물분양법 A to Z’ 세미나에서 “분양사업자는 건축물분양법 위반에 따른 시정명령ㆍ과태료ㆍ벌금형을 받으면 위반사항의 경중과 무관하게 계약 해제를 당할 수 있는 위험에 직면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지난해 12월 선고된 대법원 판결은 “분양사업자가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으면 위반의 경중과 관계없이 계약자에게 해약권이 발생한다”고 판단해 분양사업 실무에 중대한 변화를 불러왔다.
통상 분양계약서에는 건축물분양법 위반에 따른 시정명령과 과태료 처분, 벌금 이상의 형이 ‘약정해제 사유’로 포함돼 있다. 이 사건에서도 분양사업자가 분양광고 과정에서 지구단위계획 수립 여부를 누락해 관할 구청의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이유로 수분양자가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1ㆍ2심은 모두 시정명령의 원인이었던 분양광고 단계에서의 정보 누락이 계약 목적 달성을 어렵게 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은 아니라며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봤다.
반면 대법원은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만으로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계약서 문언이 명확한 이상, 법 위반행위의 중대성이나 계약 체결에 미친 영향을 추가로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법조계 안팎에서는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려 분양계약 해제나 분양대금 반환 소송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대법원 판결의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축물분양법은 분양광고부터 계약 체결, 준공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다양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사소한 절차 위반이라도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벌금형을 받으면 분양계약 해제는 물론 분양대금 반환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7월에는 관리형 토지신탁 방식의 분양계약에서 분양사업자인 신탁사가 아니라 위탁자인 시행사가 건축물분양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 역시 약정해제 사유라는 대법원 판결도 나왔다. 시행사 입장에서는 모든 사업 단계에서 법적 의무를 보다 엄격하게 지켜야 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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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ㆍ분양업계 관계자들이 11일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 지평 본사에서 열린 ‘분양사업자가 꼭 알아야 할 건축물분양법’ 세미나에서 강민제 변호사의 주제 발표를 듣고 있다. 이승윤 기자 leesy@ |
강민제 지평 변호사는 “분양광고 필수사항을 하나라도 누락하면 시정명령 대상이고, 이는 기속행위라서 사전 예방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분양광고를 작성할 때 건축물분양법 시행령에서 정한 내용을 체크리스트로 모두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 변호사는 시정명령 사전 통지를 받으면 즉시 시정 조치를 하고 처분청에 의견을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실제로 분양광고에서 일부 정보가 누락됐더라도 사전 통지 단계에서 시정 조치를 통해 법 위반 사항을 바로잡았다면 시정명령은 위법하다는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로 확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정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정명령을 받은 이후에는 시정명령 취소 소송과 효력정지 신청을 통해 가급적 수분양자가 시정명령에 따른 약정해제권을 행사하기 전에 효력정지 결정을 받아야 한다는 게 지평의 조언이다.
백 변호사는 “시정명령 취소 재결이나 판결이 내려지면 시정명령은 소급해 효력을 상실하는 만큼 약정해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판례가 있다”면서도 “다만 일부 하급심 판결은 효력정지 결정만으로 시정명령의 효력이 소멸되지 않는다고 본 판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심판을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행정심판은 행정소송에 비해 비교적 빨리 결론이 나올 뿐만 아니라, 행정심판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행정청은 불복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해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벌금형이나 과태료 부과처분이 확정되기 전에는 해제사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과 함께 관련 형사재판이나 과태료 재판 절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다만 백 변호사는 “사후 대응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건축물분양법이 요구하는 사항을 사전에 철저히 준수해 시정명령 등을 받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 수단이자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지평 건설ㆍ부동산그룹이 개최했다. 김민주 변호사는 ‘분양계약 체결 단계에서의 법적 의무와 리스크 관리’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룹장을 맡고 있는 송한사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은 분양사업의 사소한 절차적 하자도 계약 해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확히 한 만큼, 사업 전 과정에 대한 정밀한 법적 검토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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