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6.25 정인지율 43% 불과... 기록 넘어 체험형 미디어 아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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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의 빛 23’. 전경. 걸터 앉아도 된다. 자유롭게 접근해도 된다. 모듈화 된 석재가 참전국이 기증한 돌이다. 조형물엔 QR코드를 넣어 참전국 현황을 확인 할 수 있다. / 사진 : 서울시 |
[대한경제=임성엽 기자]추모의 문법이 확장됐다. 높고 단단한 담장 속 경건함을 유지하던 전통적 방식에 더해, 시민의 일상 속으로 조용히 스며들어 손을 내미는 ‘초대’의 문법이 광화문에 등장했다. 서울시가 조성한 ‘감사의 정원’은 추모의 엄숙함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그 경계를 허물며, 도심 속 새로운 기억의 거점을 마련했다.
용산 전쟁기념관이 역사의 비극을 되새기며 엄숙한 추모를 올리는 ‘기록의 전당’이자 목적지라면, 감사의 정원은 그 기억을 시민의 발길이 가장 많이 닿는 곳으로 끌어내 추모를 일상화한 ‘연결의 공간’이다. 6ㆍ25 전쟁에 대한 엄격한 예우는 유지하되, 접근 방식에서는 권위를 내려놓고 대중성을 입힘으로써 추모의 문법을 완전히 새로 썼다.
11일 오후 광화문광장 한복판에 6.25m 높이의 조형물 23개가 눈에 들어왔다. 특정 구도에서 촬영된 사진이 주던 위압감과는 사뭇 다르다. 시민 시야를 가리지 않는 적당한 높이의 이 조형물은 우리나라와 22개 참전국을 상징하는 ‘감사의 빛 23’이다. 김창규 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언뜻 벤치처럼 보이는 이 시설에 대해 “편하게 걸터앉아도 된다”고 말했다. 참배 대상이었던 추모 시설이 시민의 휴식처가 되는 순간, 추모의 방정식은 깨진다. ‘세계 최빈국, 40년 식민지배를 당한 이 나라를 위해 희생한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라는 자연스러운 호기심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런 추모 패러다임 변화의 필요성은 통계로도 증명된다. 지난 2022년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30대가 6ㆍ25 전쟁이 일어난 연도를 제대로 아는 비율은 43%에 불과했다. 약 10년 전인 2013년(67%)보다 24%포인트나 급감했다. 전쟁을 직접 경험한 가족이 있는 20대 역시 22% 수준이다. 젊은 세대에게 6ㆍ25는 이제 할아버지의 생생한 증언이 아닌 ‘교과서 속 박제된 기록’일 뿐이다. 전쟁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들려줄 어른들이 떠난 시대, 일방적인 교육은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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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서울시. |
지하에 조성된 ‘프리덤 홀’은 억지 감동 대신 세련된 미디어 아트를 택했다. 23개의 삼각 LED 월을 통해 스웨덴의 의료지원, 튀르키예의 사투 등 각국의 헌신을 한글과 자국어로 교차하며 시각화했다. 이는 독일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이나 뉴욕의 ‘9/11 메모리얼’과 궤를 같이한다. 독특한 건축미에 이끌려 왔다가 역사의 무게를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하는 ‘추모형 관광’ 모델이다.
광화문광장은 연간 2700만명이 찾는 명소다. 이제 이곳을 찾는 내ㆍ외국인들은 짙푸른 초원 속에서 커피 한 잔을 들고 거닐며, 70여 년 전 이 땅을 지킨 이들의 이름을 일상처럼 마주한다.
김성보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22개 참전국과 함께 완성한 감사의 정원은 이제 단순한 서울의 명소를 넘어 전 세계와 세대를 하나로 잇는 기억과 연결의 장이 될 것”이라며 “서울시는 앞으로도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굳게 새기고 더 나은 세계로 거듭나고자 노력하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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