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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도심 전경. / 사진 : 대한경제 DB |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구청장 권한이 맞습니까.”
후보들이 쏟아내는 정비사업 공약의 간극을 따져보면 이 질문이 남는다. 이주비 대출부터 용적률 완화, 임대주택 비율까지 조합원들의 사업성을 좌우하는 핵심 사안 상당수는 구청장이 손댈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조합원이 철거 전 이사할 때 쓰는 이주비 대출의 한도와 조건은 금융위원회가 정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부담금 산정과 분양가상한제는 국토교통부 소관이거나 국회 입법 사안이다. 서울 85개 핵심 정비사업 조합장들이 이주비 대출 제한 완화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서울시에 제출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조차 “중앙정부에 전향적인 규제 완화를 지속 건의하겠다”고 답하는 데 그쳤다. 서울시장도 건의밖에 할 수 없는 사안을 구청장이 공약으로 내거는 건 권한 밖의 약속이다.
임대주택 의무 비율 세부기준은 서울시장이 정한다. 용적률 상향과 층수 완화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사안이다. 다만 도시계획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사실상 서울시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비기본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도 서울시 소관이다.
구청장의 권한은 전단계 행정 처리에 집중된다. 실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관할 구청장이 인가권을 행사하는 단계는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등에 국한된다. 서울시가 주도하는 신통기획 부문에서도 구청장은 그 가이드라인에 맞춰 구체적인 정비계획안을 수립하여 입안하는 역할로 제한된다. 게다가 각 단계마다 법정 처리 기한(30∼60일 등)이 있지만 이를 어겨도 구청장에 대한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구청장의 역할을 단순히 ‘가이드라인 이행자’로만 볼 수는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서울시가 도시계획과 대규모 건축계획, 환경영향평가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체라면, 구청장은 서울시와 사업시행자 사이의 중간자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결정권자는 서울시이긴 하지만, 입안권자는 구청장이고, 계획입안 단계에서 구청이 원하는 것을 상당 부분 담아서 입안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도 “소셜믹스나 과도한 임대주택 비율 같은 문제는 시장 권한 사안이지만, 구청장 후보라면 이런 부분의 완화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게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서울시가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더라도 구청장이 어떤 의지로 계획을 짜느냐에 따라 사업의 방향과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구청장이 실제로 쥔 패가 무엇인지를 아는 후보만이 주민과 서울시 사이에서 제대로 된 조율자가 될 수 있다”며 “유권자들이 개소식 현수막이 아니라 후보의 정비사업 이해도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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