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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침몰하는 배에 가만히 있다가 수장당할 판이니 탈출하는 게 당연하다.”
A검사가 SNS에 남긴 이 말은 오는 10월 폐지를 앞둔 검찰의 내부 분위기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나라 형사사법체계의 한 축을 담당해 온 거대한 조직의 해체를 앞두고 그 구성원들은 앞다퉈 탈출구를 찾아 나서고 있다.
급기야 올해 경력 법관 임용에 지원한 검사 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예전에는 법관 임용 지원 자체가 검찰 조직 안에서 눈치를 봐야 하는 일이었고, 탈락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직 자체가 사라질 판인데 더 이상 무엇을 두려워하겠느냐’는 냉소적인 분위기가 검찰 조직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마치 폐업을 앞둔 가게에서 “우리 사장님이 미쳤어요”라는 자극적인 할인 문구를 붙여둔 채 남은 재고를 급히 정리하는 ‘파이어 세일’을 떠올리게 한다는 검사도 있다.
퇴직과 휴직, 특검 파견까지 겹치며 전국 검찰청 곳곳은 이미 기능 마비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 차장검사가 있는 전국 차치지청(次置支廳)의 실제 근무자 수가 전체 정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이른바 ‘파산지청’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더 이상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조직, 언제 국정조사와 수사ㆍ징계 대상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람은 떠나고, 남은 이들은 버티다 지쳐간다.
검찰수사관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행정안전부 소속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추진단 공모에 수백명이 몰렸고, 검찰수사관들의 수장 격인 대검찰청 사무국장이 중수청으로 옮길 것이라는 소문도 돈다. 조직을 끝까지 지켜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마저 탈출 준비를 한다는 것은 조직 붕괴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B과장은 SNS에서 “일반직의 수장이라면 적어도 검찰청이든 공소청이든 끝까지 남아 수사관들을 추스르고 조직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게 마지막 양심 아니냐”고 일갈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단지 검찰 조직 내부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험 많은 검사와 수사관이 빠져나간 자리는 남은 사람들이 급히 메워야 하다 보니 사건 처리는 더욱 지연되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미 일선 현장에서는 “10월 전에 인력 부족으로 먼저 문 닫게 생겼다”는 자조까지 나온다.
이미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검찰개혁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일부 검사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쥐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정치적 수사를 일삼았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고, 그래서 검찰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개혁의 방식이다. 검찰을 ‘악마화’하고, 그 구성원 모두를 ‘적폐’ 취급하며, 미래를 송두리째 지워버리는 방식이 과연 정상적인 개혁일까.
지금 검찰 내부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국가 시스템을 다루는 정치와 입법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불편한 기록이다. 누누이 말하지만, 대한민국은 민주당 정권의 테스트베드(시험무대)가 아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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