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오찬 회동 뒤 귀국길에 오른다. 전날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관련 구체적 합의문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트럼프 방중 길에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동행한 것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문법이 ‘실리’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은 국내 기업의 대중(對中) 수출 재개 기대감에 환호했지만, 이면의 미ㆍ중 거래 가능성을 간과해선 곤란하다. 밖에선 새로운 시장 질서가 꿈틀거리고 있는데, 안에선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위기로 K-반도체 전열이 흐트러진다면 경쟁국들에 추월당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미·중 회담에서 주목되는 점은 미국의 AI 반도체 규제 완화와 중국의 희토류 공급망 보장을 맞바꾸는 트럼프 특유의 ‘거래’ 여부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첨단 장비 접근이나 기술 확보를 부분적으로라도 허용한다면 우리 반도체가 누려온 지정학적 프리미엄은 빠르게 소진될 것이다. 중국의 기술 추격이 가속화되면 우리 기업의 점유율과 가격 결정력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위험이 크다.
삼전 노조가 여전히 파격적인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며 총파업 카드를 놓지 않는 모습은 우려스럽다. 일각에서 긴급조정권 발동까지 거론되는 것은, 반도체가 단 한 번의 공정 중단으로도 천문학적 손실을 초래하는 초정밀 산업인 동시에 AI 패권 경쟁과 맞물린 국가전략 산업이기 때문이다.
세계 반도체 질서가 요동치는 시점에 생산 차질과 경영 위기가 닥친다면 기업과 산업을 넘어 국가 경제 전체에 치명적 악재가 될 수 있다. 차세대 HBM과 맞춤형 AI칩, 첨단 패키징 등에서 중국이 넘볼 수 없는 초격차를 유지하지 못하면 K-반도체의 미래도 장담하기 어렵다. 기업은 초격차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노조는 산업 생존이라는 큰 틀 속에서 책임 있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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