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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도시정비포럼 전문위원 칼럼] 표준운영규정, 누구를 위한 표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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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5-18 05:00:15   폰트크기 변경      
김준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대한도시정비포럼은 <대한경제>가 만든 업계, 전문가, 조합(추진위)이 한 자리에 모여 정보를 교류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는 민간 협력 플랫폼입니다. 매주 각 분야 전문위원들의 시장분석을 들려드립니다.


김준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어떤 규정들은 그 자체로 벽이 된다. ‘정비사업 표준운영규정’이 그렇다.

정비사업을 추진하려면 먼저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추진위원회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나 설계자 등의 업체를 선정하는 등 사업 초기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추진위원회 단계의 업체 선정 과정에서 뜻밖의 난제가 숨어 있다. 바로 ‘의결 방식’의 문제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의 [별표] 표준운영규정 제22조 제1항은 주민총회 의결을 ‘출석한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찬성’으로 하도록 정한다. 그런데 업체 선정 시 3개 이상의 후보가 올라오면 표가 분산되어 어느 업체도 과반수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실제 정비사업 추진위원회가 업체를 선정하는 총회를 열었다. 후보 세 곳이 올라왔다. 표는 갈렸다. 어느 업체도 출석 인원의 과반을 얻지 못했다. 총회는 무산됐고, 사업은 멈췄다. 이 장면은 전국 정비사업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추진위원회는 ‘최다득표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이것이 불가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놓고 있다. 과연 이 해석은 법리적으로 옳은가.

행정입법은 법규명령과 행정규칙으로 나뉜다. 법규명령은 법률의 위임에 따라 국민의 권리ㆍ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대외적 구속력(국가기관과 국민 모두를 구속하는 효력)을 갖는다. 반면 훈령ㆍ예규ㆍ고시 같은 행정규칙은 원칙적으로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갖는다.

[별표] 표준운영규정은 법규명령이 아니다. 도시정비법 제34조 제1항은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에 포함될 사항을 열거할 뿐, 각 추진위원회가 채택할 운영규정의 내용을 [별표]로 강제하지 않는다. 국토부 고시 운영규정 제3조 제2항 역시 [별표]를 ‘기본으로 하여’ 작성하되 ‘사업특성ㆍ지역상황을 고려하여 법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수정 및 보완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법원도 ‘[별표] 표준운영규정안은 대외적인 구속력을 가진 법규명령이 아니’라고 판시했다(서울중앙지법 2010가합26238). 수정·보완을 허용하는 규정이 강행 법규일 수는 없다. 국토부 해석은 이 전제부터 틀렸다.

설령 일정한 규범력을 인정하더라도, 이는 강행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이다. 도시정비법 제40조 제3항은 조합 단계의 의결을 위해 ‘출석 조합원의 과반수 찬성’을 명문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법원은 업체 선정에 관해 최다득표제를 규정한 정관의 유효성을 인정한다(서울고등법원 2019. 1. 17. 선고 2018나2049896 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1. 6. 24. 선고 2020가합11336 판결). 법률에 명문 규정이 있는 조합 단계에서도 최다득표제가 허용된다면, 하위 고시의 표준안에 근거를 둔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이를 금지할 이유는 더욱 없다.

나아가 최다득표제는 의사진행의 일반 원칙에도 부합한다. 복수의 후보 중 하나를 고르는 행위는 찬반을 묻는 ‘의결’이 아니라 ‘선거’에 가깝다. 국회법상 임시의장 선거, 농업협동조합법의 조합장 선출은 모두 최다득표제를 택한다. 헌법재판소도 다수결의 원칙이 반드시 과반수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상대다수도 민주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헌법재판소 2020. 5. 27. 선고 2019헌라3 결정).

법규명령에 해당하지 않는 표준안 하나가 수많은 토지등소유자의 재산권 행사를 가로막는 현실은 재고돼야 한다. 최다득표제는 법령에 위반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의사진행의 일반 원칙에도 부합하는 합리적 대안이다. 표준운영규정이 장벽이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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