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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입장문을 읽고 있다. /사진:연합 |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두 번째 총파업을 단 사흘 앞두고 극적인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전격적인 대국민 사과와 함께 노조를 향해 고개를 숙였고, 사측은 노조가 강하게 요구해 온 대표교섭위원을 전격 교체하며 대화의 문을 다시 열었다.
16일 삼성전자 노사에 따르면 양측은 오는 18일 오전 10시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열 예정이다.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조정에 참관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총파업 전 마지막 고강도 중재가 이뤄질 전망이다.
벼랑 끝 삼성, 이재용 회장 ‘세번째 대국민 사과’ 카드 꺼냈다
해외 출장 중이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파업 위기가 고조되자 일정을 앞당겨 16일 오후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긴급 귀국했다. 이 회장은 입국장에서 미리 준비한 원고를 통해 세 차례나 고개를 숙이며 파업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이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사과한 것은 부회장 시절이던 2020년 5월 이후 6년 만이며, 2022년 회장 취임 이후로는 처음이다.
이 회장은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입니다.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습니다.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라고 발언했다.
이 회장의 이번 사과는 파업 강행 시 예상되는 천문학적인 경제적 타격을 막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현재 반도체 시장은 ‘업턴(Upturn)’과 ‘숏티지(공급부족)’ 상황으로, 24시간 가동돼야 하는 반도체 라인이 멈출 경우 피해 규모는 수십조원에 달할 수 있다. JP모건은 노조 요구 수용 시 추가 인건비 부담이 21조~31조원, 매출 손실은 약 4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국가 경제 충격을 우려해 정부 내부에서는 ‘긴급조정권’ 발동까지 거론되는 엄중한 상황이다.
갈등의 핵은 ‘성과급 양극화’…“메모리 607% vs 비메모리 50%”
이번 총파업 위기의 기저에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내부의 극심한 성과급 격차가 자리 잡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노사 임금 협상 녹취록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3월 AI 수요 폭증으로 흑자를 낸 메모리 사업부에는 ‘연봉의 607%’라는 파격적인 성과급을 제시한 반면,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부에는 50~100% 수준을 책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노조는 “성과급 양극화가 직원들의 사기를 꺾고 인력 이탈을 부추겨 회사의 미래 비전을 흔들 것”이라며 반발했다.
사측(전 대표교섭위원 김형로 부사장)은 “시스템 반도체 부문은 수조원 손실을 냈다. 우리 회사가 아니었다면 파산했을 것인데 성과급 지급을 어떻게 정당화하나”라는 입장이다.
노조(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는 “메모리는 5억원을 받는데 파운드리는 8000만원을 받는다면 직원들이 계속 일할 동기가 있겠는가”라고 응수했다.
이처럼 성과급 투명화와 상한 폐지를 요구하는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오는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18일간, 최대 5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사측 교섭위원 전격 교체…18일 중노위 위원장 직접 참관 ‘최종 조정’
파업 파국을 막기 위한 움직임은 주말에도 긴박하게 돌아갔다. 삼성전자 사장단은 지난 15일 경기 평택캠퍼스 노조 사무실을 직접 찾아 대화를 시도한 데 이어, 이날 오후에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 사측 대표교섭위원을 기존 김형로 부사장에서 반도체 인사 최고 담당자인 여명구 DS부문 피플팀장(부사장)으로 전격 교체하고 사전 미팅을 가졌다.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15일 노조 지도부를 만난 데 이어 16일에는 삼성전자 경영진과 연쇄 면담을 갖고 중재에 총력을 기울였다. 벼랑 끝에 선 노사의 2차 사후조정 회의에는 중노위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직접 참관해 중재 부처의 무게감을 더한다.
이재용 회장의 사과와 사측의 교섭위원 교체로 노조 역시 무리한 파업 강행 시 맞이할 국민적 역풍에 고심이 깊어진 모양새다.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은 이 회장의 사과에 대해 “직원들이 회사와 신뢰가 깨져 조합에 가입했고, DS 부문은 85%가 가입해 사실상 모두가 노조원이자 직원”이라며 “신뢰 회복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함께 갈 수 있도록 이번 교섭부터 노력해달라”고 입장을 밝혔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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