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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도급계약에서 수수되는 선급금은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수급인이 자재 확보ㆍ노임 지급 등의 어려움 없이 공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장차 지급할 공사대금을 미리 지급하는 것으로서, 구체적인 기성고에 대한 공사대금이 아니라 전체 공사에 대한 선급 공사대금이다. 도급인이 선급금을 지급한 후 공사 도중 계약이 해제 또는 해지되는 경우, 도급인이 선급금을 반환청구할 때 기성부분에 대한 미지급금액이 있는 경우에는 선급금 잔액을 미지급금액에 우선적으로 충당하여야 한다(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 일반조건 11조 6항).
만일 원도급사의 자금 악화나 부도로 공사가 중도 타절될 경우, 발주자, 원도급사, 하도급사 간에 ‘하도급대금 직불합의’를 맺어두었다면 하도급사는 무조건 안심할 수 있을까? 발주자가 원도급사에게 미리 지급한 선급금이 남아있는 상황에서는 발주자는 남은 선급금을 회수하기 위해 원도급사의 전체 기성금에서 선급금을 먼저 공제하려 하고, 하도급사는 자신의 기성금만큼은 발주자로부터 직접 지급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발주자와 하도급사의 입장이 충돌하게 된다.
이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원칙적으로는 발주자의 선급금 회수 권리가 우선한다. 대법원은 “선급금을 지급한 후 계약이 해제 또는 해지되는 등의 사유로 중도에 선급금을 반환하게 된 경우에는, 선급금이 공사대금의 일부로 지급된 것인 이상 선급금은 별도의 상계 의사표시 없이 그때까지의 기성고에 해당하는 공사대금에 당연 충당되고, 그래도 공사대금이 남는다면 그 금액만을 지급하면 되는 것이고, 거꾸로 선급금이 미지급 공사대금에 충당되고 남는다면 그 남은 선급금에 관하여 도급인이 반환채권을 가지게 된다고 보는 것이 선급금의 성질에 비추어 타당하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다40109 판결).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 역시 원도급사의 기성고에 포함되므로, 발주자는 미정산 선급금을 모두 공제하고 남는 대금이 있을 때만 그 잔액 범위 내에서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할 의무를 진다. 만약 미정산 선급금이 전체 기성금보다 크다면 하도급사는 직불합의에도 불구하고 발주자에게 대금을 청구할 수 없다.
이러한 당연 충당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하수급인이 우선하여 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관급공사나 이를 준용한 민간공사에서 널리 쓰이는 계약예규인 공사계약일반조건(기획재정부 계약예규 제800호, 2025. 10. 30. 시행 2025. 10. 30.) 제44조 제6항 또는 이와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공사계약일반조건이 대표적이다. 대법원은 원도급계약에 이 일반조건이 포함되어 있고 당사자 간 직불합의가 이루어졌다면, 이를 하도급대금을 선급금 당연 충당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예외적 정산약정’으로 인정한다(대법원 2021. 7. 8. 선고 2016다267067 판결). 주의할 점은 이 조항이 ‘건설산업기본법 및 하도급법에 의하여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 한정하여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는 지급보증서를 통해 대금을 보호받을 수 없는 하수급인의 채권을 우선 보호하려는 취지다. 반면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이 이미 되어 있는 경우라면 해당 조항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다시 일반적인 원칙으로 돌아간다. 즉, 선급금이 미지급 공사대금에 당연 충당되며, 하수급인은 발주자에게 직접 청구를 하는 대신 이미 확보한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를 근거로 보증기관(건설공제조합 등)을 통해 미지급 대금을 회수하게 된다.
문해리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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