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전해 콘덴서 케이스 강자
부산물 활용 온돌용 열전도판 개발
열전도율↑… 경제성ㆍ친환경성 우수
난방에너지 소모량 22% 절감
세대당 최대 1t 탄소 저감 효과
결로ㆍ습기 따른 곰팡이 문제 해소
중기부 성능ㆍ환경부 녹색인증 획득
에너지공단 인증평가 심의 요청
대중적 인지도 한계 극복 팔걷어
창립 41년… 100년 도약 준비 박차
![]() |
| 김효진 스피폭스 대표가 알루미늄 부산물을 통해 만든 열전도판을 들고 파파야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윤수기자 ays77@ |
[대한경제=황은우 기자] “파파야 시스템은 단순한 난방 자재가 아닙니다. 제로에너지 빌딩 확산, 나아가 우리나라가 목표로 삼은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이끌 핵심 기술입니다.”
지난달 신임 사장으로 선임된 김효진 스피폭스 대표이사는 최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진행한 <대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핵심 제품이자 기술, ‘파파야 시스템’(Papaya System)을 이렇게 설명했다.
스피폭스는 전자기기 전원부에서 전압 변동을 줄이고 전기를 저장하는 데 쓰이는 축전 부품, 알루미늄 전해 콘덴서의 케이스(case) 제조에 특화된 강소기업이다. 스피폭스는 자체 분석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이 약 40~50%에 달하며, 니치콘ㆍ케미콘ㆍ파나소닉 등의 일본 기업과 동남아, 유럽, 미국 등에서 주요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이 알루미늄 전해 콘덴서 케이스의 제조 공정상 하루 약 4톤 정도 발생하는 알루미늄 부산물을 활용해 만드는 것이 바로 파파야 시스템이다. 이는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열대 건강 과일인 파파야의 이름을 빌려, 상품성과 친환경성을 함께 추구하겠다는 뜻을 담아 지은 제품명이다.
김효진 대표는 “콘덴서 케이스를 찍어내기 위해서는 일종의 제조 틀인 고순도 PAS(유공알루미늄판)가 필요한데, 원래는 제조 후 이 판의 쓰임새가 저가의 괴(ingot) 형태로 재활용되는 것 외에는 딱히 없었다”며 “이에 스피폭스는 쓰고 남은 PAS에 동과 특수코팅을 입히면 온돌용 열전도판이 되는 것을 오랜 연구 끝에 발견했다. 그리고 2021년 이를 파파야 시스템이라고 명명한 후 출시한 것”이라고 했다.
성균관대 연구팀 공동실험서 효과 입증
파파야 시스템의 장점은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겸비한 것이다. 건설사가 온돌난방 바닥을 시공할 때 파파야 시스템을 설치하면, 온수의 열이 알루미늄과 동(Copper)의 높은 열전도율 덕분에 수평으로 빠르게 전달될 수 있어서다.
통상 바닥 시공을 할 때 온수 파이프를 깔고 그 위에 바로 시멘트 몰탈을 타설한 후 마지막으로 맨 위에 바닥 마감재를 깔지만, 스피폭스는 온수 파이프 위에 롤(roll) 형태의 파파야 시스템을 올리고 그 위에 시멘트 타설이 이뤄지는 구조를 고안했다.
이는 파파야 시스템을 설치하지 않았을 때보다 바닥이 더 빨리, 많이 데워지고 천천히 식는 구조다. 이에 따라 난방에 소모되는 에너지도 약 22% 적어진다는 것이 스피폭스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김효진 대표는 “난방에너지 절약을 통해 세대당 연간 300㎏에서 1톤에 달하는 탄소가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파파야 시스템의 난방비 및 에너지 절감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증명됐다.
스피폭스는 경기도 이천 본사에 성균관대 건축환경연구팀과 함께 직접 2개의 실험실을 만든 바 있다. 한 곳(Cell 1)에는 파파야 시스템을 설치하지 않고 온돌바닥을 시공했고, 다른 한 곳(Cell 2)에는 파파야 시스템을 설치했다.
지난 2019년 겨울 총 105시간 동안 연속 난방한 결과는 확연히 갈렸다. 일반 온돌방인 Cell 1에서는 총 103.1㎾h의 에너지(소비전력량)가 소비됐으나 파파야 시스템이 적용된 Cell 2에서는 약 22%가 적은 80.3㎾h가 소비되는 데 그쳤다.
2020년부터 2년간은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아파트에서도 실험이 이뤄졌다. 이때는 제곱미터(㎡)당 4553.5원 절감 효과가 확인됐으며 전용면적 119㎡ 기준으로 세대당 연간 54만원 이상이 절약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 |
| 김효진 스피폭스 대표가 파파야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윤수기자 ays77@ |
LHㆍ중대형건설사 아파트 단지 적용
파파야 시스템은 난방 배관이 닿지 않는 부분까지 열을 전달해 결로와 습기로 인한 곰팡이 문제도 해소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발코니 확장공사 부분시공 시 온수난방관을 시공할 수 없는 공간까지도 난방이 가능하다.
이 같은 성능을 바탕으로 파파야 시스템은 2022년 중소벤처기업부 성능인증과 2020년 환경부 녹색기술 인증 및 녹색기술제품 확인도 받았다. 또 스피폭스는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과 한국형상에너지연구소를 통해서는 파파야 시스템의 유해 전자파와 수맥파 차단 효과를 입증받기도 했다.
김효진 대표는 “파파야 시스템은 현재까지 LH(한국토지주택공사) 향남지구, 신반포 21차, 포스코이앤씨 등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고급빌라, 단독주택, 전원주택에 대거 설치되고 있으나 아직 대중적으로 널리 보급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단계”라고도 했다.
파파야 시스템 자체는 에너지 절감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실현하는 미래형 난방 자재지만 기존 표준 난방의 존재로 인한 관성과 경제적 요인, 인식 부족, 구조적 한계 등의 대외 요인으로 인해 보급이 더뎠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바닥복사난방은 오랫동안 플라스틱 온수배관만을 열원으로 사용하는 구조가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었고, 또 국내는 난방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에너지 효율 개선의 필요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엇보다 파파야 시스템은 발주처나 시행사 혹은 시공사가 채택 여부를 결정하지만 난방비 절감 혜택은 거주자가 누리는 구조다. 즉, 투자 주체와 혜택 수혜자가 분리돼 있어 도입 동기가 약했던 것이다”고 덧붙였다.
상용화 위한 소비자 인식ㆍ제도 개선
스피폭스는 이 같은 분석에 따라 파파야 시스템 상용화를 뒷받침할 대외 여건 개선에 지속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스피폭스는 한국에너지공단의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인증평가(ECO2) 프로그램에 파파야 시스템 기술을 반영해 달라며 심의를 신청한 상태다.
이에 대해 김효진 대표는 “최근 에너지공단으로부터 M&V(Measurement and Verification)를 받아서 LH 향남 행복주택 600세대에 10인 이상의 박사들을 투입해 실험을 진행했고, 이 난방 열효율 수치 분석 결과를 토대로 기술 심의를 신청했다”며 “현재 자료 보완 요청에 따라 추가로 실험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ECO2 프로그램에 파파야 시스템 기술이 반영되면, 스피폭스 입장에서는 기술이 사실상 제도권에 공식 편입되는 효과를 얻는다.
에너지효율등급ㆍ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 공공ㆍ민간 발주 설계에서 파파야 시스템이 하나의 표준 옵션으로 다뤄지는 것이라 발주처나 시행사, 대형 건설사 등을 설득할 때도 근거가 훨씬 탄탄해지는 셈이다.
특히 분양가상한제(분상제)가 적용된 지역에 공동주택을 지을 때, 건설사가 자사 마진을 깎지 않고도 파파야 시스템을 채택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ECO2 프로그램에 파파야 시스템 기술이 반영되면 에너지 절감률을 근거로, 지방자치단체가 파파야 시스템 설치 비용을 건축비 가산비 항목으로 인정해 줄 수 있게 돼서다.
이 같은 부분은 분상제의 운용 구조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분상제 단지가 위치한 지역의 지자체는 분양 공고 직전에 분양가심의위원회를 여는데, 여기서 택지비ㆍ택지비가산비ㆍ기본형건축비ㆍ건축비가산비를 더해 분양가 상한액을 설정하고 있다.
김 대표는 “파파야 시스템의 보급 활성화는 단순히 한 기업의 성과만이 아니라, 국가적인 에너지 절감 및 탄소 중립 목표 달성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탄소 감축 움직임 속에 유럽에선 매우 가는 관을 통한 촘촘한 열원 설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도시가스와 지역난방공사가 제공하는 탄소 기반 에너지가 저렴하게 공급되다 보니 열원의 비효율적 사용에 대해 상대적으로 둔감했던 것이 현실이다. 온수를 통한 바닥난방 시스템의 기술표준은 쾌적한 주거환경 제공과 에너지 절약이라는 관점에서 반드시 검토돼야 한다”고 했다.
![]() |
| 경기도 이천 소재 스피폭스 본사 전경. 안윤수기자 ays77@ |
100년 기업 향한 새 도약 준비
이밖에도 김 대표는 스피폭스 자체적으로도 파파야 시스템에 대한 소비자 인식 제고를 꾀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효진 대표는 “올해는 소비자 체험 후기를 심층적으로 조사해 기술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스마트 IoT(사물인터넷) 센서와 결합한 실시간 모니터링, B2C 공급망 확대, 스토리텔링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신임 사장으로서의 경영 전략과 포부도 밝혔다.
김 대표는 “창립 41년을 맞이한 스피폭스는 이제 100년을 향한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며 “지난 40년간 경영 방식과 문화가 표준화 및 정형화돼 왔는데, 파파야 시스템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계속 같은 시스템만 쓰면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변화된 경영 체제의 첫해, 열린 마음과 안전주의를 융합한 제조업형 혁신에 열정을 쏟겠다”고 했다.
황은우 기자 tuser@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