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ㆍ보안 작업 평시 수준 유지”… 위반 시 하루 1억 배상
“반도체 설비 손상 시 회복 어려워”… 노사 협상 변수 부상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오는 21일 예고된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을 사흘 앞두고 법원이 사측의 손을 들어주며 사실상 파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반도체 공정의 특수성과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안전보호시설 운영과 웨이퍼 변질 방지 등 핵심 작업을 위한 인력 투입은 파업 중에도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게 법원 판단의 핵심으로, 이번 사태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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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대한경제 DB |
수원지법 민사합의31부(재판장 신우정 수석부장판사)는 18일 삼성전자가 “위법 쟁의행위를 금지해달라”며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 2개 노조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현행 노동조합법 제42조 2항은 “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에 대해 정상적인 유지ㆍ운영을 정지ㆍ폐지ㆍ방해하는 행위는 쟁의행위로서 이를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38조 2항은 “작업시설의 손상이나 원료ㆍ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보안작업)은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우선 재판부는 노동조합법상 ‘안전보호시설의 정상적인 유지ㆍ운영’과 ‘보안작업의 정상적 수행’의 의미에 대해 “쟁의행위 이전 평상시와 동일한 수준의 인력, 가동시간, 가동규모, 주의의무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평상시’는 평일뿐 아니라 평소의 주말ㆍ휴일 운영 상태까지 포함된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측이 안전보호시설로 제시한 방재시설, 배기ㆍ배수시설 등은 모두 안전보호시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작업시설 손상 방지 작업과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 역시 노동조합법상 보안작업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노조 측은 쟁의행위 기간에도 해당 시설과 작업이 평상시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ㆍ운영되도록 해야 하며, 이를 방해하거나 조합원들에게 관련 행위를 지시해서도 안 된다는 게 재판부의 결론이다.
법원은 의무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위반행위 1일당 각 노조는 1억원씩,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과 우하경 삼성전자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각각 1000만원씩 사측에 지급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초기업노조와 최 위원장에 대해서는 시설의 전부ㆍ일부를 점거하거나 잠금장치를 설치해 근로자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명령도 내렸다.
특히 재판부는 반도체 공정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초정밀 미세장비에 해당하는 반도체 시설은 한 번 손상되면 재가동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며 “쟁의행위 중에도 시설 손상 방지 작업은 평상시와 같은 수준으로 수행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시설 손상 및 원료ㆍ제품의 변질 내지 부패로 인한 생산 차질은 자동차ㆍ가전ㆍ정보통신 등 관련 산업 전반의 생산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사후적인 금전배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현저한 손해와 급박한 위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노조 측의 협박을 통한 파업 참여 독려 금지, 삼성전자 임직원에 대한 방해 금지 등 사측의 일부 신청에 대해서는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약 5만명 규모의 총파업을 예고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정부의 중재로 총파업 전 마지막 협상에 나섰다.
노조는 연봉의 50%로 제한된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업계 1위 달성 시 최고 수준의 특별 보상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성과급 상한 폐지의 제도화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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