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친구 회사 빚 갚기” vs 고려아연 “적법한 재무적 투자…왜곡 중단”
경영협력계약 문서제출명령에 장형진 측 재항고…KZ정밀 “시간 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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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강주현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 간 경영권 분쟁이 18일 새 국면을 맞았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출자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를 강화했고, 고려아연은 “적법한 재무적 투자”라며 즉각 반박했다. 별도 소송에서는 영풍ㆍMBK파트너스 간 경영협력계약서 공개를 둘러싼 법적 다툼도 이어지고 있다.
◆“고려아연 돈으로 고려아연 빚 갚은 구조” vs “왜곡과 여론 호도”
영풍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고려아연이 2019년 2월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소유의 청호컴넷 사모사채 약 70억원을 인수한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청호컴넷은 자본잠식 우려가 나올 정도로 재무 상황이 악화된 상태였다는 것이 영풍 측 주장이다.
영풍이 주목한 것은 이후 자금 흐름이다. 지창배 대표는 2019년 5월 원아시아파트너스를 설립한 뒤, 고려아연이 94.64%를 출자한 코리아그로쓰제1호 펀드 자금 약 100억원대를 유용해 청호컴넷 등의 자금난 해소에 쓴 혐의로 지난해 10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영풍은 이를 두고 “고려아연이 먼저 청호컴넷에 돈을 넣고, 나중에 고려아연이 출자한 펀드 자금으로 상환 부담이 해결된 기형적 구조”라고 주장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사내이사와 지창배 대표가 초ㆍ중학교 동창이라는 점도 거듭 지적했다.
영풍에 따르면 최윤범 이사의 사장 임기(2019~2023년) 동안 고려아연은 원아시아 펀드에 총 5600억원을 출자했으며, 8개 펀드 중 6개는 고려아연이 96% 이상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의 단독 펀드였다. 영풍은 이사회 보고나 리스크 심사 등 내부 검증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의심된다며, 주주대표소송을 통해 책임자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정면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모든 투자와 출자는 관련 법령과 회사 내부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한다”며 “보유 자금 일부를 채권·펀드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많은 기업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수익 다각화 전략”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풍ㆍMBK 측이 3년째 적대적 M&A를 위해 짜깁기와 억측에 기반한 비방으로 기업가치 훼손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으며, 미국 제련소 건설 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서블’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영협력계약서 공개 놓고도 법적 공방 지속
원아시아 출자 의혹과 별개로 영풍·MBK 측의 경영협력계약서 공개 문제도 쟁점이다. 고려아연 측 KZ정밀(케이젯정밀)은 영풍ㆍMBK가 설립한 한국기업투자홀딩스ㆍ장형진 영풍 고문 등 3자가 체결한 경영협력계약서 일체를 제출하라는 법원 명령에 장형진 고문 측이 또다시 재항고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 계약서는 KZ정밀이 장 고문과 영풍 이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9300억원대 주주대표소송의 핵심 증거다. 공시에 따르면 해당 계약에는 영풍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의 의결권을 한국기업투자홀딩스 동의 하에 행사하고,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콜옵션ㆍ우선매수권ㆍ공동매각(드래그얼롱) 요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이 문서제출명령을 인용했고, 지난달 28일 서울고법도 항고를 기각하며 “계약서를 증거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고법은 “공시 내용만으로 콜옵션의 구체적 행사조건 등이 모두 밝혀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계약서 제출 거부는 주주평등 원칙에 어긋나는 차별적 행위가 될 소지가 있다”고도 했다.
KZ정밀은 “문제없는 계약이라면 법원에 계약서를 제출해 의혹을 해소하면 될 것”이라며 “공개를 회피한다면 시장과 주주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중대한 내용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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