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동섭 기자] 전통 금융권이 가상자산거래소 지분 확보에 잇달아 나서면서 가상자산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화투자증권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주식 136만1050주(지분율 3.9%)를 약 5978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주식 취득으로 한화투자증권의 두나무 지분율은 기존 5.94%에서 9.84%로 높아져 송치형 회장(25.51%), 김형년 부회장(13.1%)에 이어 3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취득 예정일은 다음달 15일이다.
전통금융권의 가상자산업계에 대한 투자 움직임은 최근 들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15일 하나은행이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보유 두나무 주식 228만4000주(6.55%)를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또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은 코빗 지분 92.06%를 약 1335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후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으며 한국투자증권은 OKX와 함께 코인원 지분 매입을 검토 중이다.
전통 금융권이 앞다퉈 가상자산 업계로 향하는 배경엔 기존 사업의 성장 한계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대마진 중심의 수익 구조가 한계에 다다른 은행권이 디지털자산기본법 통과 이후 열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선 것이다. 또 증권사들의 경우 글로벌 실물연계자산(RWA)과 토큰증권(STO) 시장 선점을 위해 단순 재무적 투자를 넘어 금융산업 구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가상자산거래소 입장에서도 전통금융과의 협업은 수수료 의존 수익구조를 탈피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올해 1분기 두나무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하고 빗썸도 같은 기간 96% 급감하는 등 거래소 업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전통 금융권과의 협력은 새로운 수익원 확보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향후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외화송금 서비스 고도화,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 전통·디지털 자산을 아우르는 통합 자산관리(WM) 서비스 등 협력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그간 정부 당국이 금융사의 가상자산 보유·매입이나 관련 회사 지분 투자를 제한하는 금가분리 원칙은 사실상 완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성이 높아지고 이용자 KYC·AML 의무가 강화되면서 전통 금융권을 더 이상 가상자산 업계와 별도로 구분짓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박혜진 서강대학교 AI·디지털 자산 최고위 과정 주임교수는 “금가분리는 근거 법령이 없는 행정지도 형태의 그림자 규제”라며 “정부가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을 강력히 주장하는 만큼 금가분리를 주장할 근거는 더욱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가상자산과 관련한 제도 정비는 여전히 과제다. 우선 현재 가상자산거래소는 금융회사도 일반 IT기업도 아닌 중간적 성격을 띠고 있어, 거래소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금융회사의 출자 범위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은행이 실명계좌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주요 주주가 될 경우 계좌 심사나 수수료 정책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해 상충 방지 장치 마련도 필요한 상황이다.
황석진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출자 한도와 단계적 허용 기준을 설정하고 국제 수준의 보안 체계와 AML 통제 수준을 갖춰야 한다”며 “보안과 투자자 보호 장치가 선행돼야 전통 금융권의 참여가 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섭 기자 subt7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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