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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술보호,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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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5-21 06:29:08   폰트크기 변경      
김용선 지식재산처장

김용선 지식재산처장. /사진= 지식재산처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가 연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기술자료 요구, 협상 과정에서의 아이디어 가로채기, 퇴직 인력을 통한 핵심기술 유출까지 그 양상도 다양하다. 정부는 당연히 이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엄정한 법 집행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다만, 그와 동시에 우리가 다시 확인해야 할 본질적인 질문이 있다. 기술을 가장 확실하게 지키는 방법은 과연 무엇인가.

실전에 강한 초일류 선수일수록 기본기와 기초체력 강화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지난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최가온 선수는 훈련 방식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원래 하던 걸 안정적으로 최대한 넘어지지 않고 깔끔히 성공하는 걸 위주로 훈련하고 있어요.” 세계 정상의 선수도 올림픽을 앞두고 화려한 신기술을 연마하기보다, 기본기를 반복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술보호의 국제규범은 분명하다. 먼저, 똘똘한 아이디어와 기술은 국가가 심사를 통해 일정기간 특허로 보호하되 그 대가로 사회에 기술내용을 공개하도록 유도한다. 특허는 등록을 통해 권리의 존재와 범위를 분명히 보여줄 수 있고, 침해 시 금지청구와 손해배상, 수사와 처벌까지 연계되는 가장 강력한 법적 보호수단이다. 특허는 기술에 대한 ‘부동산 등기’에 비유할 수 있다. 거래 상대방이나 투자자, 글로벌 시장에 대해 ‘이 기술은 우리 권리’라는 점을 명확히 공시하는 기능을 한다. 중소기업이 협상 시 약자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의 법적 지위를 선제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데 있다.

반면, 제조공정의 미세한 노하우, 재료배합 비율과 같이 공개되는 순간 가치가 떨어지거나, 타인이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기술은 영업비밀로 관리하는 것이 맞다. 코카콜라가 제조비법을 130년 넘게 비밀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다만, 영업비밀은 그냥 ‘비밀’이라고 주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접근권한 통제, 비밀표시 등 적절한 관리노력이 필요하다. ‘WTO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에 관한 협정(TRIPS)’,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도 ‘비밀관리성’ 등 영업비밀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즉, 공개가 전제된 기술은 특허로, 감춰야 하는 기술은 영업비밀로 보호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술보호의 대원칙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특허와 영업비밀 보호 제도가 국제규범에 맞춰 잘 정비되어 있다. 그래서 기술탈취 대응의 초점도 행정 조사나 처벌과 같은 사후적 제재를 강화하는 것을 넘어, 기업 스스로 특허 전략을 수립하고, 영업비밀 관리 체계를 갖추도록 하는 본질적인 곳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이나 자동차를 사면 ‘등기’부터 한다. 그래야 개인의 재산권으로서 공인되고 이를 침해하면 민·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아이디어나 기술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을 하면 특허로 등록받아야 ‘지식재산권’으로서 기술을 확실히 지키고 이를 담보로 대출도 받을 수 있다. 결국, 중소기업 기술보호정책의 기본은 명확하다. 우리 중소기업이 피땀 흘려 개발한 기술을 국내외에서 특허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특허받기 어려운 노하우, 레시피 등은 영업비밀로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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