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 지속되면 해마다 성과급 논란
“미래지향적 상생 기준 마련 필요”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삼성전자 노사 분규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노사 관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노동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의 대규모 성과급 요구와 파업 계획은 경제적 파급력이 기존 노동운동과 비교하기 어렵고, 해마다 유사한 갈등 상황이 발생해 국가 경제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9일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 분규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은 대체적으로 노조에 비판적이다. 수억원에 달하는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과하고, 이 문제로 정부 노동 관련 정책이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 건설노조 관계자는 “일용직 근로자들은 사측과 교섭 테이블에 한 번 앉아보려고 투쟁하는데, 삼성전자 노조는 남들 수년 치 연봉을 성과급으로 받겠다며 모든 노동 이슈를 장악하고 있다”며 “그들의 요구 어디에서도 사회적 분배나 보편적 노동권의 가치는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노동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MZ 세대 조합원의 성향을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들은 상급단체의 간섭을 거부하고 개인의 경제적 실리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파업의 명분과 사회적 공감대에 민감했던 과거 386세대 중심의 노동운동 방식과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 본부장은 “과거의 노조 활동이 수십∼수백만원의 성과급을 두고 치열하게 다퉜다면 삼성전자 노조는 수천만원을 넘어 수억원을 요구를 하고 있다”며 “기업의 브랜드 가치 하락이나 노조의 법적 권리문제를 떠나 국민 정서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정치ㆍ사회적 파문도 확산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까지 국민경제 보호를 위한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언급하며 노사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노동계는 삼성전자 노조 행보가 정부의 친노동 정책 노선에 변화를 불러오고, 다른 노조 활동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을 우려한다. 현 정부에서 긴급조정권이라는 초강경책이 시행될 경우, 향후 정권이 바뀌어서도 노사 분규 때마다 이를 남용하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 있다는 걱정이다.
한 발전공기업 노조 위원장은 “어렵게 시행된 노란봉투법의 취지는 하청이 원청과 쟁의를 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묻지 않도록 보호하자는 것인데, 파업 권리를 멈추게 하는 긴급조정권 논의가 시작된 것 자체가 후퇴”라며 “이 모든 논의의 출발점은 삼성전자 귀족노조의 이기주의다. 이 문제는 더 이상 삼성전자 노사만의 사안이 아니게 됐다”고 지적했다.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해마다 성과급 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노사정이 미래지향적인 상생의 기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계택 본부장은 “반도체 사이클이 올해로 끝나는 게 아니라 몇 년 더 간다고 가정하면 이번 성과급 문제는 한 번에 그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 상황은 노사정 모두 처음 겪는 일이라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반복돼서는 안 된다. 소탐대실하지 말고 미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 룰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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