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장관, 최종 결렬 위험 안고 띄운 ‘승부수’
교섭 경험 바탕으로 이견 좁힐 솔루션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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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훈 장관(가운데)이 20일 삼성전자 노사 합의를 이끈 뒤 여명구 부사장(왼쪽), 최승호 초기업노조위원장과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 제공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이 유예되면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막판 중재자 역할 또한 주목을 받고 있다. 합의 불발 시 뒤따를 리스크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김 장관은 직접 중재라는 ‘승부수’를 띄웠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파국을 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노동계 취재를 종합하면 노동부 장관이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이 결렬된 교섭에 직접 등판하는 건 굉장히 이례적이다. 중노위에서 좁혀지지 않은 이견을 추가 교섭으로 해소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최종 결렬 시 책임론까지 뒤따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총파업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노사 양측을 조정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생각하기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만약 중노위 사후조정이 결렬된 채로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가고, 정부에서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다면 김영훈 장관이 직을 유지하긴 어려웠을 거다. (긴급조정권 발동이) 국가 경제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해도,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중대한 사건이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직접 조정 결렬에 대한 책임도 만만치 않았을 거다. 어느 쪽이든 리스크가 컸는데, 김 장관의 승부수가 결국 통했다”고 평가했다.
노조위원장 출신이라는 김 장관의 경력도 교섭 과정에서 빛을 발했다. 민주노총과 철도노조 위원장 출신으로 노사 교섭 경험이 많고, 이견이 발생할 때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다. 여명구 삼성전자 DS 피플팀장(부사장)도 전날 잠정 합의안 도출 직후 브리핑에서 “노동부 장관께서 (노사 이견을 해소할) 솔루션을 내주셨고,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솔루션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쟁점인 적자 사업부에 대한 성과급 배분 방식에 영향을 줬을 거라는 분석이다.
중노위의 사후조정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끝까지 중립을 지킨 인내도 막판 합의에 큰 역할을 했다는 시각도 있다. 국무총리에 이어 대통령까지 긴급조정권을 시사한 상황에서도, 김 장관은 관련 언급을 최대한 피하며 노사 어느 한 쪽 편도 들지 않았다. 또한, 협상 과정에서 나온 이견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고, 차분히 대화를 지켜봐 왔던 것도 노사 양측의 신뢰를 얻은 요인이었다. 한 노동조합 위원장은 “민노 위원장 출신이라고 해서 노조 편만 들거나, 정부 인사라고 사측 편을 들었다면 막판 합의안 도출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처음부터 중립적 위치에서 교섭을 지원하는 데 집중했기에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장관의 직접 중재를 두고 비판적 시선도 있다. 다른 노조위원장은 “공공도 아닌 민간기업 일에 정부 관계자가 이렇게까지 나선 것 자체가 노사 자율교섭 원칙 훼손이라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것”이라며 “앞으로 교섭 결렬과 파업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노동부 장관이 개입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한편에선 오히려 정부 개입이 장려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또 다른 노조위원장은 “중노위 사후조정 절차만 해도 노사 동의에 따라 정부가 교섭에 개입하는 절차다. 노동부 장관까지 나서 문제를 해결했다면 칭찬해 마땅한 일”이라며 “오히려 다른 부처 장관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건설 분야에 노사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국토부 장관이 나서면 현장의 애로사항도 직접 인지하고, 문제도 해소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제안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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