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종평제 확인 사례만 20여건
조사금액 대비 1.44~2.31% 감액
별다른 사유 없이 ‘싹둑’ 관행 여전
소안-구도간 연도교 공사 대표적
업계, 공사비 부족 탓 잇단 발 빼기
입찰 불성립 원인, 엉뚱한 곳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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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조달청이 기초금액 산출 과정에서 원가 계산을 통해 산정한 조사금액을 묻지마식으로 일정 비율 후려치는 고질적인 관행을 끊어내지 못해 공분을 사고 있다죠.
백= 기초금액은 15개 복수예비가격을 산정하는 지표입니다. 이 중 입찰자가 고른 4개 예비가격을 산술 평균해 예정가격을 결정하죠. 기초금액은 곧 낙찰가를 정하는 기준점으로, 조달청이 수요기관으로부터 넘겨 받은 설계금액을 원가 계산한 조사금액으로 보면 돼요. 조사금액은 공표된 표준시장단가와 노무비, 제비율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설계금액에서 증감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조사금액이 기초금액으로 확정되는 과정에서 별다른 사유 없이 감액되고 있다는 거예요. 조달청이 오랜 시간 답습해온 관행이죠.
김= 조달청은 지난 2021년 2월 이런 관행을 끊어내겠다고 직접 공언했어요. 공사비 산정의 신뢰도를 높이고, 공사 품질 확보와 건설사 경영 개선 등을 위한 약속이었죠. 그런데 아직도 그대로예요. 실제 지난해 말 이후 개찰한 토목ㆍ건축분야 주요 종합평가낙찰제 중 본지가 확인한 사례만 20건 이상으로, 기초금액이 조사금액 대비 1.44~2.31% 감액됐어요. 일각에선 조달청의 이런 행태가 예산을 절감했다는 차원의 실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 아니겠느냔 비판도 나옵니다.
백= 조달청은 사업 예산 초과 우려로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에요. 지자체 사업의 예비가격은 ±3% 범위에서 적용되는데, 예정가격이 너무 높게 결정돼 버리면 자칫 낙찰액이 예산을 초과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예산에 맞춰 기초금액을 사정하는 것일 뿐, 예산이 충분하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어요. 다만, 5년 전 약속을 돌이켜보면 조달청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아요. 이런 식의 입찰 행정은 공사비 산정의 신뢰도와 공사 품질을 악화시킨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으니까요. 부족한 예산을 방패막이 삼은 핑계일 뿐이죠.
채= 지난주 유찰된 ‘소안-구도간 연도교 건설공사’는 턱없이 부족한 공사비에 기초금액마저 싹둑 자른 대표 사례죠.
김= 업계는 이 사업 원가 대비 실행이 최소 110~120% 수준이어서 최악이란 평가를 내고 있어요. 앞선 두 차례 입찰에서는 입찰자 전원 예가 초과 투찰로 유찰됐고, 이번에는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적격자인 GS건설과 HJ중공업 중 GS건설만 투찰해 유찰됐어요. 수요기관인 전라남도가 제시한 설계금액은 1285억원으로 지난 입찰(1284억원) 때와 비슷합니다. 다만, 조달청의 조사금액은 물가 등을 반영해 1318억원으로 설계금액보다 33억원 올랐어요. 물론 기초금액은 1287억원으로 2%가량 여지 없이 깎였죠. 지난번엔 더 심했어요. 조사금액이 1275억원으로 설계금액보다 9억원 줄어든 데 이어, 기초금액마저 2% 깎인 1254억원으로 정해졌으니까요. 안 그래도 공사비가 최소 10~20%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 기초금액이 설계금액 대비 무려 30억원 줄어들었으니 입찰이 성사될 리 없죠.
백= 조달청은 이번 입찰에 내심 기대를 걸었나 봐요. 기초금액이 지난 입찰 때보다 33억원 오른 데다, 최초 입찰에 나섰던 HJ중공업이 다시 명함을 내민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예상했던 거예요. 당시 투찰률을 고려하면 HJ중공업의 수주 가능성이 더 높지 않겠느냔 긍정 회로를 돌렸던 셈이죠. 하지만 HJ중공업이 투찰하지 않아 입찰은 성사되지 않았어요. 이를 두고 조달청 내부에선 입찰 방해나 다름 없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죠. 2개사 모두 투찰해 입찰이 성립됐다면 누군가는 심사 대상에 올랐을 텐데, 믿었던 HJ중공업이 의외의 행보를 보여 당황한 거예요.
김= 하지만 이는 조달청이 뭘 모르고 하는 소리예요. 기초금액이 전 입찰 대비 올랐다고 하지만, 지난번 깎았던 30억원을 원상복구한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실제 이번 입찰에 적용된 기초금액은 설계금액과 비슷한 수준으로, 부족한 공사비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죠. 전 입찰 투찰률도 고려 대상으로 보기 어려워요. 시스템 상 투찰액 입력 시 예비가격 범위(±3%)를 초과할 수 없거든요. HJ중공업의 전 입찰 투찰률은 103% 수준으로 투찰할 수 있는 최대치입니다. 낙찰 가능성이 거의 없죠. 이런 투찰은 수주 의지라기보다 공사비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과 같아요. 조달청은 이런 점도 인지하지 못하고 앞선 투찰률을 고려 대상으로 삼은 거죠.
백= HJ중공업 입장에서는 아무리 주판알을 튕겨도 답이 안 나왔던 거예요. 앞선 설명회에선 전라남도가 시공 과정에서 설계변경을 원활히 해주겠다고 회유했다지만, 책임지지 못할 말에 불과해요. 이 말만 믿고 적자가 뻔한 공사를 맡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입찰에서 발을 뺄 수밖에 없었던 거죠. GS건설도 이번에 예가 범위 최대치로 투찰한 것으로 알려져 입찰이 성사됐다면 예가 초과 투찰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아요. 결국 공사비 현실화 없인 입찰 정상화를 꾀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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