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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5년, 서울역 고가차도 현장 방문을 나선 이채규 한국구조물안전연구원 대표가 고가에 발생한 균열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
[대한경제=임성엽 기자] 대한민국 건설 구조물 안전 진단 분야의 개척자이자 권위자인 이채규 한국구조물안전연구원 대표이사가 26일 서소문고가차도 사고 현장에서 별세했다. 향년 64세.
고(故) 이채규 대표는 평생을 교량, 터널, 고가차도 등 국가 주요 인프라의 안전을 점검하고 대책을 제시해 온 ‘구조물 안전의 대부’였다. 조선대학교 공과대학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동 대학원에서 구조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며 이론적 기틀을 다진 정통 엔지니어다. 이후 서울시 기술자문위원으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도시 인프라 안전 정책과 실무 전반에 걸쳐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특히 고인은 지난 2015년 서울역 고가차도의 구조적 균열과 붕괴 위험성을 세상에 처음으로 공론화하며, 노후 구조물 안전 관리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린 인물이다.
1995년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시특법)’ 제정 당시부터 정밀안전진단업의 기틀을 닦았던 고인은 생전 고도의 기술지식과 실무경험을 갖춘 전문 인력 양성에 깊은 관심을 쏟았다.
특히 고인은 경제 성장기에 지어진 국내 공공시설물(교량ㆍ터널ㆍ항만ㆍ건축물 등) 10개 중 5개가 준공 20년을 넘기며 빠르게 노후화하고 있는 현실을 깊이 우려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육안 검사’에 치중한 점검 방식과 고질적인 관리 인력 부족 문제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꾸준히 지적해 왔다.
생전 고인은 “‘스마트 시설물 점검 시스템’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며 기술적 패러다임 전환을 강력히 촉구하기도 했다.
동시에 정밀안전진단 업계의 인력난과 열악한 발주·근무 조건, 공급 과잉 등 산업 전반의 구조적 모순을 짚으며, 국가 안전망을 지탱하는 기술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왔다.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는 노후 인프라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방패 역할을 자처했던 고인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구조물 안전을 진단하던 현장에서 운명을 달리했다.
이에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관련 업계에선 고인과 같은 민간 전문가들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조기술사 등 민간 전문가들은 국가적 재난이나 정밀 진단 요청 시에도 시급성을 이유로 별도 공식 계약이나 보호 장치 없이 직업적 소신과 사명감만으로 위험천만한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전형적이기 때문이다.
과거 광명 터널 붕괴 징후 현장에서도 전문가들이 점검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터널이 무너지는 등 이들은 상시적인 위험에 노출돼 왔다는 설명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사실상 공익을 위해 목숨을 걸고 현장에 나서는 전문가들의 희생을 공무원에 준하는 '순직'으로 인정하고, 이에 합당한 사회적 보상과 안전 대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성엽ㆍ김민수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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