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언주로칼럼]욕망의 ETF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6-05-28 06:40:15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권해석 기자]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경제학자 폴 사무엘슨은 인덱스 펀드의 열열한 지지자였다.

사무엘슨은 욕망을 소유로 나눈 값을 행복이라고 정의했다. 욕망이 고정돼 있다면 소유를 많이 할수록 행복해지고, 반대로 소유가 변함이 없는데 욕망이 커지면 덜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이 경제 발전의 동력이라는 자본주의적 경제 개념을 적용하면 욕망은 무한정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인간은 최종적으로 불행해 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사무엘슨은 욕망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낸 자본주의 경제학자라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인덱스 펀드에 보낸 지지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인덱스 펀드는 욕망으로 넘쳐나는 주식시장에서 욕망을 최대한으로 억누르는 상품이다. 인덱스 펀드는 시장지수를 그대로 추종하기 때문에 시장 수익률을 뛰어넘는 성과를 낼 수 없다. 보다 높은 수익 추구라는 욕망이 없다.

인덱스 펀드는 약세장에서 실적주의 투자자(performer)의 실패 과정에서 나왔다. 긴 주식시장 역사 속에서 결국 시장 평균을 뛰어넘는 수익 창출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분산투자로 손실 위험을 줄이는 투자가 주목을 받은 것이다. 처음으로 인덱스 펀드를 만든 존 보글도 액티브 펀드에서 큰 실패를 하면서 인덱스 펀드로 눈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덱스 펀드는 증권 기술(?)의 발전으로 ETF(상장지수펀드)로 발전했다. ETF는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할 수 있는 펀드의 일종인데, 상장된 인덱스 펀드 개념으로 봐도 무방하다.

시장 지수를 따라가면서 소액으로도 시장 전체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설계돼 종목 분석과 같은 노력이 필요없는 게으른 투자 방식이다.

국내에 상장된 ETF는 최소 10종목 이상을 편입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ETF에 가입하더라도 최소 10종목 이상에 분산투자 하게 된다. 이런 장점 탓에 지난 2002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ETF는 이제 순자산총액이 500조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다만, ‘ETF는 분산투자 혹은 게으른 투자’라는 공식은 이제는 옛말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ETF 16종이 27일 일제히 상장했다. 한 종목의 주가를 따라가는 ETF다보니 분산투자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 여기에 레버리지, 빚투 기능까지 장착됐다.

레버리지 ETF는 투자금으로 편입 대상 주식을 사고, 주식담보 대출로 선물 주식에 투자해 2배 투자 효과를 낸다. 레버리지 ETF를 사는 순간 빚투 행렬에 동참하게 된다. 주가 방향이 맞으면 2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반대면 2배 손실을 내는 그야말로 고위험 투자다. 시장 수익률을 뛰어넘는 수익률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인덱스 펀드 정신이 깃든 초기 ETF와는 정반대 구조다.

시장에서는 이번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기존 ETF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ETF가 고위험 투자의 대명사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과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단기 투자용도로 손실을 인내할 수 있는 금액으로만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레버리지 상품을 찾는 투자자의 욕망이 과연 제어가능할까.

권해석 기자 haeseok@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