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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고가 붕괴 골든타임, 서울시 주요 간부들은 어디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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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5-28 09:55:14   폰트크기 변경      
12일간 자료 562건 폭탄… 8418장 서류 만들다 서울시 행정력 고갈

지난 26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소방 관계자들이 인명 구조와 수색 활동을 펼치는 모습. / 사진: 연합뉴스


[대한경제=임성엽 기자]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참사는 표면적 현장 과실을 넘어, 정치권의 과도한 상임위 호출로 지자체 대응 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 진단을 통해 안전성이 검증되고 보강 조치가 진행 중이던 타 현장 이슈에 매몰된 국회가 ‘보고 여부’를 둘러싼 정치 공방으로 서울시 공사 감독권과 안전 조치 권한을 가진 수뇌부를 붙잡아 둔 사이, 정작 진짜 위험이 터진 현장의 12시간 대응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다.

27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영동대로 철근누락관련 국회의원ㆍ시의원 요구자료 현황’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15일부터 26일까지 단 12일 동안 무려 562건의 자료를 집중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출된 서류 페이지 수만 8418페이지에 달했다. 정당별로 더불어민주당이 409건으로 72.77%를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126건, 기타정당은 27건의 자료를 요청했다. 상임위 현장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31건, 국민의힘은 5건의 자료를 요청했다. 서울시의회에선 국민의힘이 15건의 자료를 요청했다.

이처럼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무차별적인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서울시의 일상적 행정력과 기술직 공무원들의 손발을 묶어버렸고, 정작 붕괴 우려가 컸던 현장 안전을 돌볼 역량을 고갈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15일간 GTX-A 삼성역 구간 철근 시공 오류 문제로 서울시의 모든 역량이 이 문제 하나에 집중됐다”며 “제2의 국정감사를 수감받았던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사고가 발생한 26일 새벽 2시 30분, 서소문 고가 상판 거더 9번 구간에서 29mm의 위험 침하 징후가 포착됐다. 이에 서울시 토목부장 등 실무진이 긴급 현장 점검 조치에 나섰다.


그러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임춘근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오후 2시 32분경 붕괴 참사가 일어난 직후에야 “언론 기사를 보고서야 사고를 인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회 대응으로 서울시 최상부 지휘 체계가 사실상 차단돼 있었음을 시사한다.

국회 행안위와 국토위가 이토록 행정력을 집중시키며 쟁점화한 ‘삼성역(영동대로 복합개발) 철근 시공 오류’ 건은 서울시가 이미 6개월 전 인지하고 위수탁 협약을 통해 국가철도공단에 6차례나 공문 통보를 마친 기술적 사안이었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여당을 중심으로 선거용 공방으로 확대되면서 수천 장의 서류 작성은 물론, 국회 대응을 위한 회의까지 서울시의 모든 역량이 철근 누락 공방에 소모됐다. 서울시 또 다른 관계자는 “똑같은 사안을 또 뒤지고 또 뒤지고 하니 서울시 기술직 공무원들이 일을 할 수가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오죽하면 국회 내부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이종욱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는 지난 20일 상임위에서 “삼성역 철근 누락은 기술적인 문제고 이미 국토부가 현장 검증과 감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사항”이라며 “행안위에서 이틀 전에 이미 다뤘는데, 이를 굳이 국토위까지 열어서 정쟁으로 끌고 가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사고 당일 26일 열린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는 철저한 선거 대리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삼성역 건을 두고 “삼풍백화점과 유사하다”며 서울시 간부들을 면박하고 호통치는 데 골몰했다. 여당 의원들은 오세훈 후보와의 연결고리를 찾으려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 과정에서 김성보 시장 권한대행(행정2부시장)을 비롯해 임춘근 도시기반시설본부장 등 서울시의 토목ㆍ건설ㆍ재난 핵심 간부 10명은 국회 증인석에 발이 묶여 있었다.

결국 이 지휘부 마비가 서소문 고가의 비극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대낮에 도심 한복판의 KTX 철로를 전면 멈추거나 하부 도로를 통제하는 의사결정은 국토부, 철도공단과 탑다운(Top-down)으로 협의할 수 있는 부시장이나 본부장급 수뇌부만 내릴 수 있는 권한이다.


하지만 결국 현장 지휘는 통제 권한이 없는 실무선인 토목부장과 광역도로과장 선에서 감당해야 했다. 철도 전면 통제 등의 중대한 의사결정은 중간 간부가 독단적으로 내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 안에서 여야 간 호통과 정치적 공방이 오가던 그 오후 2시 32분경, 서소문 고가 상판은 무너져 내렸고 현장을 점검하던 감리단장 등 3명이 희생됐다. 정치권은 이번 서소문 고가 참사를 통해 이미 관리 중이던 타 현장 이슈를 지나치게 정치 쟁점화하느라, 정작 긴박했던 재난 임박 현장의 행정적 공백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소문 고가 붕괴의 그 긴박한 시간에 서울시 관련 주요 간부들은 어디에 있었느냐”라며 “본부장, 그 위 부시장이 보고를 받고 현장 지휘를 하면서 즉각적인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행안위 개최 도중 사고 소식을 듣고서야 헐레벌떡 현장으로 떠나가는 촌극이 펼쳐졌다. 이게 안전관리 책임을 진 지방자치단체 간부들에게 국회가 행사한 권력의 실체”라고 덧붙였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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