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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초록은 동사다”… 도시를 살리고 인간을 치유하는 ‘5분 정원’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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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5-28 09:30:21   폰트크기 변경      
공무원 이수연, 서울대공원을 바꾸다

하루 2만 보씩 걸으며 깨운 서울대공원의 ‘숨은 초록’

“바이오필리아(자연주의) 행정이 고령화ㆍ저출생 해법 될 것”


대한경제=임성엽 기자]행정(行政)의 얼굴은 대개 건조하다. 공공 조직이 변화를 꺼려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본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 스스로를 ‘메이드 인 퍼블릭(made in publicㆍ사회의 공공 자산)’이라 부르며, 경직된 공직 사회에 ‘감수성’이라는 유연한 칼날을 들이댄 공무원이 있다.

제1회 지방행정고시 출신으로 서울시 언론담당관, 중랑구 부구청장, 서울대공원장, 그리고 서울시 최초의 정원도시국장을 거친 이수연 서울시 경제실장이다.

그가 펴낸 신간은 단순히 서울대공원의 사계절을 담은 유유자적한 안내서가 아니다. 거대한 녹지 공간을 정원 기반의 ‘혁신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고쳤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관료주의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냈는지를 기록한 ‘공간 경영의 백서’다.

2021년 1월, 저자가 서울대공원장으로 부임했을 때 마주한 풍경은 광활하고 푸르렀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늘 한결같아 지루하다’는 역설이 숨어 있었다.

땅과 하늘, 벽 등 눈길이 닿는 모든 곳이 살아 움직이는 정원이었던 캐나다 ‘부차드 가든’에서의 기억을 떠올린 저자는 곧장 서울대공원을 정원의 향연이 펼쳐지는 공간으로 바꾸겠다고 결심한다. 이른바 ‘꽃의 숲 프로젝트’의 서막이다.

그의 혁신은 집무실 안의 펜대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저자의 무기는 ‘튼튼한 두 다리’였다. 그는 하루 평균 2만 보씩, 서울대공원 구석구석을 직접 발로 뛰며 관찰했다.

“인생에서 가장 많이 걷던 시절이었고, 그렇게 걸으면서도 내내 즐겁고 뿌듯했던 날들이었다.”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한 만큼 공원의 잠든 가능성이 보였고, 문제점들이 걷혔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과 AI 시대에 공직 사회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감수성’을 꼽는다.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유연한 태도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결여된 행정은 결코 시민의 삶에 온전히 닿지 못한다는 통찰이다.

책은 저자가 현장에서 증명해 낸 명확한 행정 프로세스에 따라 3부로 구성했다. 1부 하드웨어 혁신은 경직된 직원 문화를 개선하고 근무 환경을 향상시켜, 조직원들 스스로가 변화의 주체가 되도록 공간의 틀을 짠 과정을 담았다.

2부 꽃의 숲 프로젝트는 서울대공원의 숨은 초록 잠재력을 깨워 곳곳을 정원으로 물들인 실천의 기록을 담았다.

3부 소프트웨어와 감성에선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등 시민들이 공원에 애착을 느낀 감성 콘텐츠를 소개한다.

저자의 철학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바이오필리아(Biophiliaㆍ본능적 자연주의)’다. 인간은 누구나 자연을 그리워하고, 자연 속에서 치유받기를 원한다는 이 철학을 바탕으로 저자는 미국 등 해외의 ‘자연처방(Nature Prescription)’ 트렌드를 서울시 행정에 접목했다. 정원을 단순히 보기 좋은 녹지가 아니라, 현대 사회의 병폐인 개인화, 고령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치유의 공간’으로 재정의했다.

이 책의 미덕은 관(官) 주도의 일방적 행정을 경계한다는 점에 있다. 저자는 “정원을 만드는 힘은 아래에서 위로 솟아야 한다”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강조한다. 기업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히어로 가든’의 사례를 통해,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시스템만 제공된다면 공공 정원의 영역이 무한히 확장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영국 첼시플라워쇼 금메달리스트인 황지해 정원 디자이너의 평처럼, 이 책은 거창한 선언 대신 한 공무원이 공간을 바꾸며 사람을 조금씩 변화시킨 조용한 기록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기준은 언제나 ‘시민의 체감’이었다.

행정이 인간의 마음에 닿을 때, 도시는 비로소 숨을 쉬기 시작한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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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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