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동일성→핵심기술·공급망 유연 판단
마더팩토리 투자 시 해외거점 유지해도 유턴 인정
전략분야 대규모 투자엔 ‘협상 트랙’ 신설
지자체 거쳐 보조금 → 기업 직접 지급으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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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연합 |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해외에 생산거점을 둔 기업이 국내에 핵심 제조시설(마더팩토리)을 투자하면 해외 사업장을 유지·확대하면서도 ‘유턴’으로 인정받는 길이 열린다. 정부는 또 업종 동일성 중심이던 유턴 인정 요건을 핵심기술·공급망 연계로 유연하게 바꾸고, 전략분야 대규모 투자에는 기업과 정부가 보조금 규모를 직접 협상하는 새로운 지원 방식을 도입한다.
29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유턴 재정립 및 촉진방안’을 확정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서는 중동전쟁 관련 대응상황 점검, 농·어민 유류비 지원 확대방안, 해양안전문화 혁신방안, 중형조선사 선수금환급보증(RG) 지원방안 등도 함께 논의됐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유턴 인정 범위 재설계다. 현행 ‘유턴법’ 시행령은 해외사업장과 국내복귀 사업장 간 업종의 유사성을 표준산업분류 ‘중분류’ 기준으로 엄격히 따진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자동차 부품을 만들던 기업이 귀국 후 에너지저장장치(ESS) 부품을 생산하거나, 해외 생산법인이 국내에 R&D 설비를 투자하는 경우 유턴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정부는 시행령을 개정해 업종 유사성 판단 기준에 기능·용도, 핵심기술, 공급망 연관성 등을 추가하기로 했다. 신산업 전환이나 사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투자도 예외 인정 여지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현재 ‘첨단산업·공급망 분야’에 한정된 해외 사업장 구조조정 면제 대상에 마더팩토리를 포함시킨다. 첨단·공급망 분야 기업이 국내에 마더팩토리를 세우는 경우, 해외 생산거점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늘리더라도 유턴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마더팩토리는 제조공법 개발과 시제품 생산·실증, 표준화 기능을 통해 국내외 생산거점에 기술을 전파하고 품질관리를 담당하는 핵심 제조시설을 뜻한다.
보조금 지원체계도 전면 개편된다. 현재는 업종·지역별 산정표에 따라 보조 비율이 자동 산정되는 일률적인 구조다. 올해 기준 유턴보조금 평균 지원 비율은 21.7%로 지방투자촉진보조금(11.4%)보다 높지만, 한도 설정(일반 최대 300억원, 전략 최대 400억원)으로 첨단·대규모 투자 유치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 이어져왔다.
개편안은 전략분야 투자나 1000억원 이상 대규모 유턴을 대상으로 ‘협상 트랙’을 별도 신설한다. 외국인투자 현금지원 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비수도권 투자 여부, 청년 고용 창출 규모, 첨단전략기술 적용 여부, 마더팩토리 해당 여부 등을 종합 고려해 정부와 기업이 지원 규모를 협의한다. 지원 상한도 기존의 절대 금액 한도에서 보조 비율 상한으로 전환해 대규모 투자일수록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일반 업종·소규모 투자는 산정표 보조 비율을 적용하는 ‘일반 트랙’으로 운영하되, 기본 비율은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수준으로 조정한다.
집행 방식도 바뀐다. 지금껏 지방자치단체가 보조금을 받아 기업에 재배정하는 구조였으나, 앞으로는 중앙정부가 기업에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지자체를 거치면서 생기는 실집행 지연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행 관리 부문도 손질한다. 정부는 선정 단계에서부터 투자계획의 구체성과 이행 역량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 부실기업 유입을 차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내복귀실무위원회(위원장: 국장급)’를 신설하고, 유턴기업 선정과 보조금 심의를 이 위원회로 일원화한다. 투자 완료 후 이행 기간도 현행 일률 3년에서 보조금 지원 규모에 따라 3년 이상으로 확대한다.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이행 요건도 일부 합리화한다. 복귀 사업장을 포함한 국내 전 사업장의 고용 순증을 요구하는 현행 기준은 자동화 추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산업계의 불만이 컸다. 정부는 기존 사업장 고용·면적 유지 의무를 실무위원회 심의로 탄력 운용하고, 고용 초과 달성 시에는 사후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개선한다.
전략적 유치 기능도 강화한다. 정부는 첨단산업, 마더팩토리(M.AX), 공급망, 5극3특 성장엔진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밸류체인을 분석해 유망 품목과 기업을 도출하고, 코트라 유치기관에서 정부 실무급, 고위급 접촉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유치 활동을 전개한다. 지방정부가 유망 유턴기업을 대상으로 직접 투자 조건을 제시하는 ‘IR 플랫폼’도 구축해 지역 유치 역량을 끌어올린다. 비수도권 유턴 제조기업에 대한 외국인 고용 한도 상한 삭제, 맞춤형 인력 발굴·교육(퀵스타트, 올해 15억원), 고용촉진장려금 우대 등 패키지 지원도 함께 추진한다.
투자 프로젝트별 전담 PM(프로젝트 매니저)을 지정해 유치 협상부터 보조금 지급, 사후 이행 관리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게 하고, 관계부처·지방정부·업계가 참여하는 ‘유턴투자지원단’도 꾸린다. 성과 지표도 기존의 유턴기업 수 같은 양적 지표에서 첨단산업 유턴기업 비중, 지역 청년 고용 비율, 국내 협력업체 증가 등 질적 지표로 전환한다.
이번 방안의 배경에는 유턴기업 감소라는 뼈아픈 현실이 있다. 유턴기업 선정 수는 2022년 23개사에서 2024년 20개사, 2025년에는 14개사로 해마다 줄었다. 투자 이행을 포기하는 취소 기업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CHIPS Act), 일본은 AI·반도체 기반 강화 프레임, 유럽연합(EU)은 유럽칩스법(European Chips Act) 등을 내세워 리쇼어링 보조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 주요 거점도 중국에서 미국으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대미 투자 비중은 2020년 26.1%에서 2024년 33.9%로 늘었고, 대중 투자는 같은 기간 8.8%에서 2.9%로 쪼그라들었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과 고시 제정 등 후속 조치를 올해 하반기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산단 등 입지 지원과 스마트공장 고도화 사업은 내년부터 본격 가동한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유턴기업 수를 늘리는 것보다 첨단전략 분야의 양질의 기업을 지방에 유치하는 데 정책 무게를 두겠다”며 “협상 방식 도입으로 대규모 투자일수록 파격적인 지원이 가능해진 만큼 글로벌 투자유치 경쟁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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