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종무ㆍ황은우 기자] 혼합 단지 재건축은 주택 공급과 주택가격 안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그러나 사업이 공회전을 거듭하는 근본 원인은 ‘제도 공백’이다. 전문가들은 낡은 틀을 깨는 근본적인 법ㆍ제도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4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9ㆍ7 주택 공급 확대방안’, ‘10ㆍ15 주택 시장 안정화 대책’ 등 굵직한 부동산 대책을 잇달아 내놨다. 하지만 노후 혼합 단지의 재정비를 가능하게 할 구체적 입법 방안은 빠졌다. 그 사이 마포구 성산아파트 등 대표적인 혼합 단지들은 수년째 방치돼왔다.
일반적으로 재건축은 순수 분양 가구 위주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테두리 안에서 진행된 반면, 혼합 단지는 사업을 실행할 근거 법령이 미비한 영향이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면적인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행 도정법, 공공주택특별법(공특법) 개정뿐 아니라, 장기공공임대주택법 개선으로 혼합 단지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안전망을 촘촘히 짜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장기공공임대주택법은 사업 주체가 단지 전체를 소유한 경우에만 재정비를 허용한다. 분양 가구나 개인 소유 상가가 단 한 곳이라도 있으면 S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등 공공기관은 사업을 주도할 수 없다. 반대로 도정법을 적용해 민간이 재건축을 추진하려 해도 임대 세입자 보호 장치가 없어 공공기관이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어느 쪽으로도 출구가 없는 구조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최근 소셜 믹스 정책이 강화되면서 분양과 임대가 같은 동에 섞이는 단지까지 늘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현재로선 수서1단지처럼 획지 분할이 그나마 최선”이라며 “앞으로 소셜 믹스 단지들의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면 이건 더 힘들 수 있어 지금부터 제도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도 “차기 서울시장이 누가 되든 소셜 믹스가 계속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단지 내 분양과 임대가 섞여 정비 사업이 막히는 것을 방지하려면, 혼선을 줄이는 방향으로 서울시 내규를 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은 현재 ‘혼합 단지 재건축 사업화 모델 검토’ 연구 용역을 진행하며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연구 용역은 △분양ㆍ임대가 함께 재건축되는 통합형 모델 △임대 가구를 분리한 별도 재건축형 모델 △인근 단지와의 통합 정비를 통한 효율화 방안 등을 검토한다. 다만, 용역은 내달 완료될 예정으로, 실제 제도 개선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사업성 보완을 위한 지원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혼합 단지는 재건축 후 임대 가구를 다시 공급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 일반 민간 단지보다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혼합 단지 재건축 사업을 넓게 보면 기존 조합원뿐 아니라 공공도 이익이 될 수 있다”면서 “역세권 활성화나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모델 등을 통해 용적률을 500%로 올릴 수 있어, 적접한 타협점을 찾는다면 충분히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종무ㆍ황은우 기자 jmlee@ㆍtu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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