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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30년, 외형은 분명히 커졌다. 1994년 지방정부가 처리하던 사무 비중은 13.4%였는데 2024년에는 36.7%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주민조례발안제, 주민투표법, 주민감사청구제, 주민소환제가 도입되면서 주민들이 지방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되었다. 그러나 지방세 비중은 1995년 21.2%에서 2023년 24.6%로, 30년간 3.4%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지방재정자립도 역시 1997년 63%에서 2024년 48.6%로 14%포인트 이상 뒷걸음질쳤다. OECD 재정분권 데이터베이스(2022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세율을 결정할 수 있는 지방세 비중은 0%다. 세입분권 비중은 17.6%로 일본(29.6%)보다 낮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2026) 분석에 따르면 단체장 공약이행 완료율이 70.42%인 반면 공약이행에 필요한 재정 확보율은 52.22%에 그쳤다. '민선 지방자치 30년 평가'에서 지방자치 필요성 공감은 62%였지만, 실제 성과를 체감한다는 응답은 36%에 불과했다(한국지방행정연구원, 2025).
건설 현장도 비슷한 역설을 겪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4년이 됐다. 처벌 규정은 강화됐고, 주요 건설사의 안전 예산도 늘었다. 그런데도 사고는 반복된다. 최근 GTX-A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지하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철근 누락,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의 붕괴 사건이 있었다. 두 사고는 성격이 다르다. 하나는 신축 초대형 국책사업의 품질 관리이고, 다른 하나는 낡아가는 도시 인프라를 관리하는 체계의 문제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 이상 징후는 이미 알려졌고, 보고는 늦었으며, 책임 소재는 기관들 사이에서 흩어졌다. 정책의 설계는 거창했지만 집행의 디테일이 작동하지 않았다. 대한토목학회는 서소문 붕괴를 두고 "현장 노동자의 단순 실수가 아니라 기술 기준과 감리 체계, 발주 시스템의 허점이 빚은 구조적 인재"라고 규정했다. 이 진단은 GTX 삼성역 사건에도 그대로 겹친다.
선거철마다 후보들은 굵직한 비전을 내건다. 도시 재생, 광역 교통망, 스마트 도시 — 설계도는 넘쳐난다. 올 4월 매년 1조 원이 집행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평가 체계를 전면 개편한 이유는 단순하다. 지자체들이 인구 유입 효과보다 시설 건립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다. 설계도는 있었지만, 그것을 현장으로 연결할 상세 지침서가 없었다. 지금 한국의 행정과 건설 현장에서 디테일은 누군가의 책임이면서 동시에 아무의 책임도 아니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새로 취임하거나 재임하는 단체장들은 어김없이 '지역 발전' 공약을 들고 집무실에 들어설 것이다. 그때 우리가 진짜 물어야 할 것은 '얼마나 큰 계획을 가졌느냐'가 아니다. 얼마나 세심하고 철저한 세부 시공 도면을 가졌느냐, 그걸 작동시킬 시스템이 있느냐이다. 지방자치를 굴러가게 하는 제도는 많아졌지만 현장은 여전히 사람의 판단과 정치적 눈치에 의존한다. 이 구조는 건설 현장도 다르지 않다. 사고가 날 때마다 우리는 책임자를 처벌했고 그 처벌 규정은 점점 강화됐다. 그런데도 사고는 반복됐다. 처벌이 사람을 향하는 동안, 시스템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위험 신호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보고 지연을 허용하지 않고, 이상 징후 앞에서 공사를 멈추게 하는 것 — 이것은 사람의 의지가 아니라 시스템의 설계로 구현해야 한다. 정치가 바뀌고 단체장이 교체되어도 흔들리지 않는 행정 시스템, 지속가능한 안전 시스템 — 그것이 지금 지방자치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가장 긴박한 질문이다. 이제 지방정부는 '설계도'가 아니라 '시공'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김현아 가천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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