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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친환경 역량이 K-수출 경쟁력… 제조 밸류체인 ‘탄소 동맹’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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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6-01 13:15:07   폰트크기 변경      

1일 한-베 그린 제조 포럼 개최… LG전자·삼성SDI·KGM 등 EU 탄소 규제 대응 전략 공유

제품 배출량 대부분 원재료·협력사 단계서 발생…“기업 혼자 한계, 한·베 협력 강화해야”


1일 열린 ‘한국-베트남 그린 제조 밸류체인 협력 포럼’에서 삼성SDI 이주영 프로(왼쪽부터), LG전자 곽한울 책임, 법무법인 바른 이준희 기업전략연구소장, KGM 김윤영 팀장, SKAX 윤향노 팀장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이계풍 기자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유럽연합(EU)의 탄소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비용 경쟁력을 위해 베트남에 생산거점을 구축해온 국내 제조업체들이 이제는 공급망 전반의 탄소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최근 EU가 공장 단위가 아닌 제품과 공급망 전체를 대상으로 탄소배출량 검증을 요구하면서 실제 생산이 이뤄지는 베트남 협력사와 생산기지의 대응 역량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1일 열린 ‘한국-베트남 그린 제조 밸류체인 협력 포럼’에서 LG전자, 삼성SDI, KGM, SK AX 관계자들이 패널로 참석해 EU발(發) 환경 규제 대응 전략을 공유했다. 참석자들은 업종은 달랐지만 “탄소 규제의 본질은 공급망 데이터 관리”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포럼에서는 한국과 베트남이 이미 하나의 제조 공급망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 거듭 강조됐다. 한국은 베트남 최대 외국인 투자국으로 약 9000개 한국 기업이 현지에서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 부품, 배터리 소재 등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베트남 하이퐁에 전장사업(VS사업본부)의 최대 생산공장을 두고 있으며 주요 협력사들도 현지에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문제는 EU 규제가 공장 단위가 아닌 공급망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CBAM와 배터리 규제, 공급망 실사 지침(CSDDD), 디지털제품여권(DPP)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배출은 베트남 생산기지와 협력사에서 발생하지만 규제 책임은 한국 본사가 부담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곽한울 LG전자 책임은 “글로벌 완성차 고객사들은 이미 입찰 단계에서 제품탄소발자국(PCF)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으며 카테나엑스(Catena-X·유럽 최대 자동차 공급망 데이터 표준) 연동도 사실상 공급 조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제품 탄소배출량 가운데 공장 자체에서 발생하는 비중은 약 2%에 불과한 반면 나머지 98%는 원재료와 협력사 단계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곽 책임은 “탄소중립의 핵심은 결국 공급망이지만, 단일 기업이 수많은 협력사를 일일이 찾아가며 교육하고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규제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이주영 삼성SDI 프로는 “과거 ESG가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활동으로 인식됐다면 이제는 사업 지속성과 직결되는 경영 과제가 됐다”며 “제품 탄소발자국 산정을 위해서는 공급망 전체 데이터를 모아야 하며 무엇보다 데이터 품질과 신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EU가 지정한 검증기관들이 요구하는 수준은 예상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한 곳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 전체가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는 더욱 복잡하다.

김윤영 KGM 팀장은 “자동차 규제는 완성차보다 부품과 소재 부문이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엔진 하나만 하더라도 100개가 넘는 부품으로 구성되는데 관련 데이터를 모두 취합해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규제와 DPP, 포장재 규제 등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며 “최종 책임은 OEM이 지지만 실제 데이터는 공급망 곳곳에 흩어져 있어 대응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인공지능(AI) 전환(AX)을 지원하는 SK AX는 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윤향노 SK AX 팀장은 “ESG와 AX는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연결된 문제”라며 “데이터 투명성·데이터 신뢰성·데이터 연결성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배터리 패스포트와 DPP 등 새로운 규제가 확대될 것”이라며 “기업 내부뿐 아니라 공급망 전반의 데이터를 연결하고 공유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패널들은 결국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한국과 베트남 정부, 산업단지, 기업, 협력사가 함께 참여하는 공급망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이준희 법무법인 바른 기업전략연구소장은 “과거에는 가격과 품질이 경쟁력의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공급망 데이터 관리 역량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베트남의 친환경 역량이 곧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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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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