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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도면을 읽지 못하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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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6-04 08:00:11   폰트크기 변경      
김오형 동원건설산업 기술견적실장ㆍ상무

김오형 상무
최근 한 대형 건설현장에서 기둥에 들어가야 할 철근이 설계보다 적게 시공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우려를 낳았다. 최근 몇 년 사이 시공 중이던 아파트 현장에서의 붕괴 사고가 잇따른 이후 가까스로 회복되어 가던 건설 안전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이 일로 다시 흔들리고 있다.

해당 현장에서는 같은 프로젝트의 두 공구가 동일한 기둥 철근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기했다. 한 공구의 도면은 철근을 한 점으로 그린 뒤 ‘2-Bundle’이라는 표기만 덧붙였고, 다른 공구는 처음부터 두 점으로 명확히 도시하였다. 그 결과는 명확히 갈렸다. 한 공구에서는 철근이 누락됐고, 다른 공구에서는 정상적으로 시공됐다. 철근의 누락은 고의적이라기보다는 설계자의 의도가 도면을 거쳐 시공 현장에 온전히 전달되지 못한 결과에 가깝다.

건설은 여러 전문 분야가 단계적으로 협력하는 구조다. 구조설계자가 작성한 구조계산서는 구조도면으로 옮겨지고, 이는 다시 시공도(Shop Drawing)를 통해 현장에서 시공 가능한 형태로 변환되며, 최종적으로 현장 인력의 손에서 실물로 구현된다. 문제는 각 단계에서 이전 단계의 정보를 온전히 해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인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구조계산서를 해석할 수 있는 시공 기술자는 많지 않고, 시공도를 작성하는 인력이 구조나 시공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도면을 작성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또한 이를 현장에서 점검해야 할 감리 역시 같은 한계를 안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분야 간 정보 해석 능력은 대학의 정규 교육과정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아, 실무인력이 현장에서 개별적으로 습득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동일한 프로젝트 내에서도 작도 방식이 일관되지 않았다는 점은 또 다른 시사점을 준다. 통일된 작도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오류의 발생 여부가 도면 작성자 개인의 판단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한 공구가 누락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체계적 관리의 결과가 아니라 해당 도면 작성자의 개별적 선택에 기인한 것으로, 건물의 안전이 우연에 의존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필자가 재직 중인 동원건설산업은 이를 개별 현장의 단순 실수가 아닌 건설산업 전반이 함께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설계, 구조, 설비, 토목, BIM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팀을 운영하며, 구조계산서와 구조도면, BIM 모델, 시공도를 통합적으로 비교ㆍ검토하고 있다. 동일한 부재에 대해 BIM 모델과 시공도의 해석이 상이한 경우, 구조설계자의 설계 의도까지 거슬러 올라가 정합성을 확보하고, 발견된 오류는 각 작성 주체에 시정을 요청한다.

흔히 BIM은 정합성 확보의 해법으로 여겨지나, 구조와 시공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작성된 모델은 도면의 오류를 삼차원으로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오류를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 결국 정확성을 좌우하는 것은 도구 자체가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인력의 전문성이라는 사실을 현장 검토 과정에서 거듭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노력은 한층 강화되어야 한다. 도면을 잘못 해석할 경우, 구조 안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위에 대해서는 누구도 오해할 수 없도록 명확히 그리는 작도 원칙을 정립하고, 통합 검토를 일회성 점검이 아닌 상시적 품질관리 체계로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아울러 협력사와 검토 결과를 공유하여 작성 인력의 역량을 한층 제고해야 한다.

다만 한 가지 분명히 할 점은, 이번 사안의 본질이 ‘철근을 더 많이 시공하는 것’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근거 없이 과도하게 배근된 철근은 시공성을 저해하고 불필요한 자원과 비용을 발생시키며 오히려 예고 없는 취성 파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족한 철근과 마찬가지로 정확성에서 벗어난 것이다. 건설 현장에 요구되는 것은 더 많은 물량이 아니라, 설계 의도가 시공까지 정확히 전달되는 소통의 정확성이다.

건물의 안전은 국민이 일상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의지하는 가치이며, 그 신뢰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에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보이지 않는 곳의 정확함이 신뢰의 출발점이라는 인식 아래, 도면 한 장의 표기에서부터 시공의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정합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건설산업의 모든 일원이 그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여, 흔들린 국민적 신뢰의 회복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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