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장학생으로 맺은 인연… 올해 매출 1000억원 목표 수출기업 우뚝
자체 제조설비 GMP 강화로 정면 돌파… 글로벌 에스테틱 허브 도약 조준
작년 매출액 780억원·영업익 99억원 달성… 내실 강화로 코스닥 상장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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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엔세라를 이끄는 타지키스탄 삼형제. 왼쪽부터 둘째 앤드루 파르비즈(Andrew Parviz), 첫째 보조로프 프레드(Bozorov Fred), 셋째 자하 조다(Jaha Zoda). / 비엔세라 제공 |
[대한경제=김태형 기자] “한국 정부의 장학금과 세금으로 교육받은 타지키스탄 삼형제가 한국에 에스테틱 기업을 세워 공장을 짓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받은 혜택을 한국 경제의 성장으로 다시 돌려주는 것, 그것이 가장 격조 있는 보답 방식이라고 확신합니다.”
자하 조다(28) 비엔세라(옛 비엔씨글로벌) 최고경영자(CEO)의 목소리는 확신이 가득했다. 타지키스탄 출신으로 한국 땅을 밟은 지 10여년 만에 그는 두 형제와 함께 글로벌 뷰티 강국인 한국에서 매출 1000억원을 바라보는 바이오 에스테틱 솔루션 기업을 일궈냈다. 중앙아시아 출신의 젊은 엘리트 삼형제가 한국의 정규 교육과정을 차근차근 밟은 뒤, 한국의 선진 제조 기술력에 매료돼 창업에 뛰어든 독보적인 스토리는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 삼형제의 경영 철학은 철저한 신뢰와 고도화된 분업으로 요약된다. 8년 먼저 한국에 정착해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큰형 보조로프 씨가 글로벌 영업 및 대외 네트워크 부문을 총괄하고,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자하 조다 대표가 재무총괄과 전반적인 조직 운영을 전담하는 전문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두 형은 이미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고, 자하 대표 역시 귀화 신청 절차를 밟으며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깊숙이 융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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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하 조다 비엔세라 대표./ 비엔세라 제공 |
◇러시아 의사 부탁이 ‘1000억 잭팟’으로
삼형제가 미국이나 유럽 대신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게 된 시점은 200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버지가 과거 대우그룹과의 비즈니스 미팅 과정에서 한국인 특유의 역동성과 눈부신 경제 발전 속도를 직접 경험한 뒤, 자녀들에게 한국 유학을 적극 권유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고등학교 시절 삼성 장학생으로 선발돼 한국 문화를 처음 접했던 자하 대표는 2016년 정부 초청 장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부산에서 1년간 혹독한 어학연수를 마친 그는 2017년 성균관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해 엔지니어로서의 기초 체력을 다졌다.
대학생 시절 우연히 찾아온 기회는 거대한 사업적 분수령이 됐다. 평소 친분이 깊었던 한 러시아인 의사가 한국산 보톡스와 필러 제품을 구해서 보내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해왔고, 자하 대표는 이를 단순 대행에 그치지 않고 시장의 거대한 틈새 기회로 포착했다. 한국 뷰티 제품의 뛰어난 품질과 경쟁력을 확신한 그는 즉각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초기에는 단순 유통으로 시작했으나, 독자적인 유통망 확대를 위해 한국 법인을 세우고 고향인 타지키스탄에도 현지 사무실을 개설했다. 현재 내외국인 전문 직원은 70여 명에 달하며, 2022년 1000만달러 수출의 탑에 이어 2023년 2000만달러 수출의 탑을 연속 수상하는 등 무서운 속도로 글로벌 전선을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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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한 자하 조다 대표./ 비엔세라 제공 |
◇ 작년 매출 780억원…300억 투자 GMP 공장 착공
비엔세라의 파죽지세는 실적 데이터로 고스란히 증명된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비엔세라는 완벽한 고성장·고수익 국면에 진입했다. 당기 매출액은 78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617억원 대비 26.3% 증가했다. 단순 외형 성장보다 고무적인 대목은 내실의 질적 개선이다. 영업이익은 99억원으로 전년 62억원 대비 58.3% 폭증했다.
이러한 고수익 구조는 자하 대표가 고집해 온 자체 생산 인프라 전략 덕분이다. 단순 보따리상 형태의 유통 구조로는 장기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삼형제는 설립 초기부터 자체 의약품 및 의료기기 제조설비(GMP) 구축에 사활을 걸었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신뢰도를 무기로 삼은 정면 돌파는 규제 문턱이 높은 유럽과 러시아 시장을 뚫어내는 강력한 무기가 됐다.
현재 비엔세라는 글로벌 에스테틱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대대적인 생산 거점 다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내에 연면적 약 3960㎡ 규모의 최첨단 GMP 인증 미용 제품 생산시설을 성공적으로 준공했다. 공사비에만 총 300억여원의 대규모 자금이 전격 투입된 이 공장은 인천 남동구 내에서 유일한 의료기기 전문 제조 공장이다. 여기에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 일대의 토지를 신규 취득하며 차세대 R&D 통합 센터 및 제2 제조 공장 건립을 위한 부지 확보까지 마쳤다. 밀려드는 글로벌 주문을 소화하기 위한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다.
◇에너지 기반 의료기기로 포트폴리오 확장
자하 대표는 남동산단 인프라와 화성 신공장을 전초기지 삼아 독자 브랜드인 테소로(Tesoro)와 휴알레이스(Hyalace), 한힐(Hanheal) 등 33종의 자사 포트폴리오를 국가별 맞춤형으로 운영하겠다는 전략을 공고히 했다. 필러와 코스메틱 분야를 넘어 향후 고부가가치 에너지 기반 의료기기(EBD) 시장으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또한 주력 시장인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타지스탄 외에도 인도, 터키, UAE 등 50여개국에 다양한 에스테틱 메디컬 제품과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하버드 의대 등 글로벌 연구진과 손잡고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의 피부 분석 알고리즘 플랫폼인 PMAS를 고도화하는 중이며, 현재 축적된 10만건의 데이터를 2028년까지 100만건으로 확대해 개인 맞춤형 신약 개발의 핵심 자산으로 삼겠다는 장기 로드맵도 구체화했다.
비엔세라는 화성 신공장 완공과 남동산단 공장의 본격 가동 주기에 맞춰 코스닥 상장(IPO)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김태형 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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