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테슬라 ‘세미’ 양산…디젤 대형트럭에 도전장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6-06-08 09:29:59   폰트크기 변경      

한 번 충전에 805㎞ㆍ적재량 20t…디젤 트럭과 대등한 상품성 확보
누적 51만㎞부터 디젤 대비 경제성 우위…신뢰성ㆍ사용성은 과제로


표: 한국자동차연구원, 테슬라 제공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테슬라가 대형 전기트럭 ‘세미(Semi)’의 양산을 지난 4월 시작했다. 디젤 엔진이 장악해온 북미 간선(間線) 물류 시장의 친환경 전환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8일 펴낸 산업분석 보고서에서 세미의 기술적 의미와 시장 파급력을 짚었다.

세미는 2022년 일부 기업에 소량 공급된 뒤 기술 개선을 거쳐, 미국 네바다 공장에서 연 5만대 생산을 목표로 양산에 들어갔다. 차종은 미국 상용차 가운데 가장 크고 무거운 ‘클래스(Class)-8’ 등급이다. 클래스-8은 차량ㆍ승객ㆍ화물을 합한 총중량이 약 15톤(t)에서 36t에 이르는 최대형 트럭으로, 거점에서 여러 방향으로 화물을 분산하는 북미 내륙 물류의 간선 운송을 맡는다.

그동안 이 시장에서 전동화는 번번이 벽에 부딪혔다. 장거리 운행을 위해 5~6t에 달하는 배터리를 실어야 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고, 그만큼 합법 적재량이 줄어 운송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경량화’로 이 난제를 풀었다. 경쟁 모델들이 비용과 열 안정성을 고려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쓰는 것과 달리, 세미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삼원계 4680 배터리를 채택했다. 같은 용량을 더 가볍게 실을 수 있어, LFP를 쓸 때보다 트랙터(견인차) 무게를 1.5~2t 줄였다. 구동 모터를 4개에서 3개로 줄이고 저전압 시스템을 48V로 단순화하는 등 설계도 가다듬어, 초기 모델보다 약 450㎏을 더 덜어냈다.

그 결과 세미는 경쟁 모델보다 15~20% 높은 마일당 1.7㎾h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달성했다. 장거리 모델 기준으로 트레일러에 4만5000파운드(약 20톤)의 화물을 싣고도 한 번 충전에 805㎞를 달릴 수 있다. 동급 디젤 트럭과 견줄 만한 적재량과 주행거리를 확보한 셈이다.

충전 속도도 강점이다. 미국 연방 규정상 운전자는 8시간 연속 운전 전 최소 30분을 쉬어야 하는데, 고속도로용 급속충전기 ‘메가차저’를 쓰면 이 30분 동안 배터리를 60%가량 채울 수 있다. 디젤 트럭과 같은 운행 패턴을 유지하면서 전기트럭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의미다.

비용 측면에서도 이점이 부각된다. 심야 전력으로 충전해 연료비를 낮추고 정비 부담까지 줄이면, 총소유비용(TCO, 차량 구입부터 유지ㆍ운영까지 드는 모든 비용)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연구원 자체 분석에 따르면 누적 주행거리 31만9000마일(약 51만3000㎞) 지점부터 세미가 동급 디젤 트럭보다 경제성에서 앞서는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이는 금융비용과 잔존가치 등은 빼고 계산한 수치다.

물론 검증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신뢰성 측면에서는 차량 수명 동안 배터리·구동계 부품을 얼마나 자주 교체해야 하는지, 고장 시 제때 정비가 가능한지가 관건이다. 테슬라는 배터리·구동계에 100만마일(160만㎞) 보증을 내걸었지만, 보증 기간이라도 수리가 늦어지면 운행 중단에 따른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사용성에서도 운전자가 차 안에서 잠을 자기 어려운 ‘데이 캡(Day Cab)’ 설계, 좌우 구분 없는 중앙 운전석 배치 등이 실제 운영에서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분간 세미의 성과는 북미 시장에 집중될 전망이다. 대형 트럭은 무게와 부피 탓에 수출이 제한적이고, 나라마다 도로 환경과 운용 방식이 달라 승용차처럼 글로벌 공통 모델을 팔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테슬라가 유럽 진출을 타진 중이고, 중국 업체들도 중대형 전기트럭을 해외에 쏟아내고 있어 경쟁 심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로 중국 비야디(BYD)는 클래스-8 전기트럭 ‘8TT’를 미국에서 생산ㆍ판매 중이며, 중국계 스타트업 윈드로즈도 4월 미국 물류기업에 클래스-8 전기트럭 인도를 시작했다.

연구원은 대형 상용차 전동화에 자동차 산업을 넘어선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류 측면에서는 트럭 전동화를 통한 물류비 절감이 제조업 경쟁력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국내 화물 수송에서 도로 물동량 비중이 92.6%에 달한다. 환경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트럭ㆍ버스는 전체 차량의 8%에도 못 미치지만, 도로 수송 부문 이산화탄소 직접 배출량의 35% 이상을 차지한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산업부
강주현 기자
kangju07@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