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 장기화에 美 긴축 우려 확산
반도체 고점론에 외국인 국내증시 이탈 지속
단기 하방 압력 있지만 비중확대 기회란 분석도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세로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된 가운데,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와 외국인의 국내증시 이탈까지 겹치며 금융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과 수급 자체는 견고하지만 가늠하기 어려운 환율과 증시 변동성으로 인해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개장과 동시에 1555.2원을 기록하며 폭등세를 보였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으로 주간거래 종가(1535.0원)는 전 거래일보다 하락 마감했지만 외환시장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먼저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달러 강세가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5일 발표된 미국의 5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17만2000명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인 8만명을 크게 웃돌자, 연준이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50원을 상회하는 등 원화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여기에 반도체 업황 호황에 따른 무역·경상수지 흑자 확대에도 불구,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순매도로 달러 수급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외환당국이 오전 11시45분께 구두 개입에 나서고 국민연금도 환 헤지를 재개하면서 환율은 상승폭을 반납했다. 장중 변동 폭은 20원을 웃돌며 지난해 12월26일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은 이날 회의를 열고 최근 외환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경상수지 흑자 확대 등 국내 경제 펀더멘털은 견고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 쏠림 현상에는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주식시장도 ‘쇼크’ 수준의 폭락을 경험했다.
코스피는 676.18포인트(pㆍ8.29%) 내린 7484.41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만 세 번째이자 역대 아홉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그도 모자라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삼성전자(-10.18%ㆍ종가 29만5500원), SK하이닉스(-7.68%ㆍ191만1000원)가 각각 ‘30만전자’ ‘200만닉스’를 내줬고, 현대차(-8.71%), 삼성전기(-5.29%) 등 대형주들도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조6240억원, 3560억원을 순매도한 가운데 개인만 1조7620억원 순매수로 버텼다.
미국 증시 급락도 국내 증시에 부담을 키웠다.
특히 금리인상 가능성에 반도체 고점론과 AI(인공지능) 과열 등의 우려가 불거지며 엔비디아(-6.20%), 마이크론테크놀로지(-13.25%), AMD(-10.86%) 등이 폭락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심리도 급속도로 위축된 것이다.
코스닥은 더 참혹하다. 91.05p(9.08%)나 떨어져 911.39로 마감하며 1000포인트는커녕 900포인트도 위태롭게 됐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까지 고용 서프라이즈에 따른 금리 발작과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둔 자금 이동이 국내 증시의 단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번 주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주요 변수”라고 짚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기업 실적이나 산업 펀더멘털 약화보다는 단기 충격에 따른 조정이라는 분석도 많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하락은 메모리 시장 펀더멘털이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 모멘텀과는 무관한 시장 노이즈 때문”이라며 “비중 확대 기회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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